삼성은 '유격수' 포지션 교통정리가 시급하다. 삼성은 선수단 구성이 고르지 않은데, 외야수보다 내야수가 월등히 많다. 이 중에서도 유격수 자원이 태반이다.
올 시즌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삼성 선수는 무려 7명이다. 개막전 선발 유격수 타일러 살라디노가 지난 7월 퇴출당했지만, 여전히 '공급 과잉'이다. 지난해 풀타임을 소화한 이학주를 비롯해 박계범·김호재·김재현의 주 포지션이 모두 유격수이다. 신인 김지찬과 2018년 퓨처스(2군)리그 홈런왕 출신 이성규도 유격수가 가능하다.
지난 8월 27일에는 강한울까지 군에서 전역하면서 유격수 포화 상태가 심화했다. 2016년 12월 KIA로 이적한 최형우의 FA(프리에이전트) 보상선수로 영입됐던 강한울은 2017년 삼성의 주전 유격수였다. 그해 팀 내 최다인 83경기를 유격수로 뛰었다. 지난달 10일 1군에 등록돼 일단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고 있다.
삼성은 강한울의 복귀가 예정된 상황에서 꿈쩍하지 않았다. 넘쳐나는 기존 유격수 자원을 트레이드 매물로 사용해 팀에 필요한 외야 보강을 할 수 있었지만,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특히 이학주는 지난 시즌부터 수도권 A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다. 이후 별다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선수 이적 시장에서는 "삼성이 웬만한 카드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학주를 비롯한 다른 유격수 자원까지 모두 지키면서 팀 내 경쟁만 치열해졌다. 포지션은 한 자리인데 자원이 몰리니 경쟁에서 밀린 선수가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 투입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중복 포지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는 군 입대다.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를 차례대로 군대에 보내 경쟁을 완화하는 운영이다. 하지만 삼성은 유격수 자원이 대부분 '군필'이다. 올해 입단한 김지찬을 제외하면 모두 병역을 마친 선수들이다. 그만큼 나이도 적지 않다. B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삼성의 유격수는 많아도 너무 많다"고 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시즌 초반 '멀티 포지션'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한 선수에게 두 포지션 이상을 맡겼다. 겉으로는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역효과도 컸다. 이성규는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타율 0.185를 기록했다. 삼성은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와 재계약하지 않으면서 1루수에 공백이 생겼고 이를 외국인 타자로 채우지 않고 이성규에게 맡겼다.
C 구단 관계자는 "수비가 꼬이면 공격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비 실수를 공격으로) 만회하려고 하면 악순환이 생긴다"고 했다. 붙박이 주전 김상수가 버티는 2루와 달리 삼성의 유격수 자리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물음표가 가득하다.
자원은 많지만, 주전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허 감독은 특정 선수에게 유격수 주전 자리를 보장하지도 않고 있다.
삼성은 트레이드 시장에서 소극적이다. 올 시즌만 하더라도 베테랑 불펜에 대한 다른 구단의 러브콜을 모두 거절했다. 마무리 투수 오승환의 복귀, 사이드암스로 심창민의 전역이 맞물려 불펜을 정리할 필요성이 거론됐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유격수 포지션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