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는 빌보드 1위로 1조7000억원의 경제 파급 효과를 냈고, 한류 전파와 국위 선양의 가치는 추정조차 할 수 없다. 3자 입장에서 국익에 어떤 게 더 도움이 되느냐 그런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5일과 6일 잇따라 방탄소년단(BTS)의 병역특례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치권 내 BTS 병역 이슈가 재점화했다. 노 위원은 201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혜택을 받은 손흥민(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선수를 언급하며 “군 복무를 하면서도 국위 선양을 계속하도록 마련된 게 병역특례 제도”라고 강조했다.
2018년 하태경 국민의힘(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회 국방위에서 “피아노 등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 하면 주지 않는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이후 BTS의 병역특례는 정치권의 단골 이슈였다. 지난해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던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하 의원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고, 지난달 3일엔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BTS의 병역 연기에 힘을 싣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가 위상과 품격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며 추천한 사람에게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사실 가요계에선 병역특례 혹은 연기 요청이 꾸준히 있어 왔다. 화려한 군무 등 댄스를 기반으로 하는 K팝의 특성상 아이돌 그룹의 활동 시기가 한정돼 있다는 것. 한 기획사 관계자는 “체육인 못지않게 아이돌도 활동의 적령기가 있다. 체육인처럼 올림픽 성적 같은 객관적 근거를 만들어 공평하게 적용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BTS에 대한 국민적 열광에도 정치권의 BTS 병역특혜 추진에 대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정작 BTS 측은 특례 적용을 요청한 적도 없는데 이들의 인기에 편승해 ‘정치적 장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BTS 팬클럽 ‘아미’ 측은 2018년 병역 특혜를 주장한 정치인의 페이스북에 “BTS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아미는 군 면제를 원한다고 한 적이 없다” 등의 댓글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BTS 멤버들 역시 “병역을 이수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또 5일과 6일이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주 청약 기간이었다는 점에서 노웅래 최고위원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BTS의 군대 문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여당 고위 관계자의 그런 발언은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내 다른 목소리도 있다. 정의당 김종철 당 대표 후보는 “BTS의 팬인 ‘아미’ 일원으로서 노웅래 의원 제안에 반대한다”며 “본인들이 병역을 이행하겠다고 수차례 밝혔고, 다른 청년과의 형평성 문제가 크게 제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예술·체육 요원 대체복무 제도를 유지하되 대중문화 예술인은 포함하지 않는 ‘병역 대체복무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병역의무 이행 공정성·형평성’ 등을 강조하면서다. 소관 부처인 국방부 서욱 장관은 지난달 14일 BTS 병역특례 논란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할 사항으로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출생률 감소로 병역 자원이 부족한 현실적인 상황도 있지만, 병역의 공정성은 20대 남성층에서 특히 민감한 문제여서 섣불리 건드렸다간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다는 우려도 한몫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