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LG 트윈스 감독. [연합뉴스]역시 프로야구 감독에게 승리만큼 기쁜 건 없다. 5연승을 달린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의 얼굴에선 웃음꽃이 피었다.
LG는 이번 주 열린 6경기에서 5승 1패를 거뒀다. 6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연장 12회 결승점을 내주고 역전패했으나 7, 8일 경기를 연달아 잡았다. 그리고 9일 경기에선 선두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케이시 켈리의 완봉투에 힘입어 3연승을 이어갔다. 10일 더블헤더(DH)도 신예 이민호와 김윤식의 호투를 앞세워 싹쓸이했다. 5위로 떨어지며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추격을 걱정해야할 처지였지만 단숨에 2위까지 올라섰다.
11일 잠실 NC전을 앞둔 류 감독은 기분좋게 전날 DH 2차전 이야기를 꺼냈다. 이 경기에선 외야수 채은성이 3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7타점을 올렸고, 9-5로 이겼다. 3연타석 홈런은 LG 사상 역대 네 번째. 특히 류중일 감독이 두 번째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채은성과 서로 안경 모양을 하는 동작을 주고받아 화제가 됐다. 채은성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감독님께서 '눈 감고 치냐'고 하셔서 그랬다"고 웃었다.
류중일 감독은 "예전에 서정환 감독님이 수비코치 시절 내가 잘 못 치니까 배트에다 눈을 그리셨다. 그게 생각나서 오지환한테 '배트에 눈 그려줄까'라고 했더니 자기가 그리더라. 은성이한테도 (1차전이 끝난 뒤)그 말을 했었다. 은성이가 '네, 알겠습니다' 하더니 홈런을 쳤다"고 했다.
채은성의 홈런포가 또다시 터지자 이번엔 류 감독도 안경 세리머니를 했다. 류 감독은 "(안경 모양으로)나한테 '눈 뜨고 쳤습니다'라고 하니까. 그래서 나도 화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나한테는 꿈같은 일인데…"라고 웃으며 실업야구 시절 강기웅(당시 한국화장품)의 5연타석 홈런을 떠올리기도 했다.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LG 트윈스 채은성(왼쪽). [뉴스1]사실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LG는 차우찬의 복귀가 늦어지는 가운데 타일러 윌슨이 팔 통증으로 빠져 있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이 다음 주까진 힘들다. 의외로 이겼고,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2위까지 왔는데 내심 이대로 시즌을 마치고 싶다.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져있다"고 했다.
류 감독은 경기 뒤 에피소드를 하나 더 이야기했다. 경기 뒤 LG 선수단이 자주 가는 식당에서 이민호와 김윤식을 만난 것이다. 류중일 감독은 "마침 윤식이와 민호가 냉면을 먹고 있었다. '이거 먹고 힘쓰겠냐'고 했더니 이미 고기를 많이 먹었다고 하더라. '잘하고 있다'고 덕담을 했다. 너무 대견하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포수 이)성우가 윤식이한테 '마음껏 자기 공 던지라'고 했다더라. 나이 차가 있는 배터리인데 성우가 선배로서 훌륭했다"며 팀 분위기에 대해서도 만족했다.
공교롭게도 11일 경기에서도 LG는 신예 투수가 나선다. 2년차 좌완 남호다. 지난 6일 선발 데뷔전을 치른 남호는 5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류 감독은 "늘 하는 얘기지만 그 친구에게 내가 뭘 바라진 않는다. 성우가 한 말처럼 잘 던지든, 맞든 후회 없이 던지길 바란다"며 "류 감독은 어제 민호한테 '켈리처럼 던지라고 할 수 없다'고 했는데 남호는 '양현종처럼 던지라'고 해야 하나"라고 웃었다.
여전히 LG의 순위 싸움은 험난하다. 마지막 6연전인 다음 주가 고비다. 윌슨이 빠진 상황에서 류 감독은 일단 이민호에게는 며칠 더 휴식을 주기로 했다. 현재 순서대로라면 주중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임찬규-정찬헌-켈리가 나서고, 주말 KIA 타이거즈전부터는 김윤식-남호-이민호 순으로 들어간다. 켈리는 원래 4일 휴식으로 롯데와 두 번째 경기에 나갈 것도 고려했지만, 세 번째 경기나 KIA전에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류중일 감독은 "켈리가 (9일 경기에서)110개를 던졌다. 회복 과정을 보고 결정을 하려고 한다. 다만 15일 경기에 나서면 20일 KT전에 나서는 건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