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롯데전 주루플레이 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박경수. KT 제공 KT 주전 2루수 박경수(36)가 부상을 당했다. 이번에는 비운을 이겨낼 수 있을까.
KT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주전 2루수 박경수가 지난 7일 사직 롯데전에서 주루를 하다가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을 느끼고, 바로 교체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튿날(8일) "부상 부위 근육이 5㎝ 정도 찢어졌다. (치료와 회복에) 4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했다.
KT는 7~9월 리그 승률 1위(0.671)를 기록하며 2위까지 올라섰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그 어느 해보다 높다. 그러나 KT를 추격하는 팀들이 3~6위에 촘촘하게 늘어서 있다. 순위 경쟁은 시즌 최종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단 리더인 박경수가 이탈했다. 큰 악재다.
KT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도 박경수는 그라운드에 서지 못할 수 있다. 정규리그 최종전은 10월 30일이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11월 2일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그의 복귀 예상 시점은 포스트시즌 첫 경기(와일드카드 결정전)보다 조금 늦다.
박경수는 데뷔 18년 차 베테랑이다. 그러나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했다. '전' 소속팀 LG는 그가 입단한 2003년부터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LG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2013년 박경수는 군 복무 중이었다. 2014년에는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LG는 2년 연속 가을 야구에 참가했지만, 박경수는 엔트리에서 빠졌다. 2015년부터 동행한 현 소속팀 KT도 지난해까지 5위 안에 들지 못했다.
박경수는 LG에서 주축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KT 이적 뒤 기량이 만개했다. 3년(2015~2017시즌) 연속 최하위던 KT가 리그 상위권 전력을 갖춘 팀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팀 리더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그가 KT 유니폼을 입고 나서는 포스트시즌을 염원하는 이유다. 박경수는 부상을 당하기 직전까지 "요즘 가을 야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잠이 든다. 정말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부상에 발목 잡혔다. 상심이 클 수밖에 없다.
박경수의 포스트시즌 출전 여부는 이제 KT 동료들에게 달려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는 것이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면 11월 둘째 주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재활치료 경과가 더디지 않다면 완치 뒤 합류할 수 있다.
선수단에서 이미 이런 의지가 전해진다. KT가 창단 최다승(72승)을 거둔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된 배제성은 "박경수 선배가 부상으로 잠시 빠져 계신다. KT가 조금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하겠다. 건강하게 돌아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도 "(박)경수는 꼭 필요한 베테랑이다. 경수에게 '치료 잘 받고, 꼭 함께 포스트시즌에 나가자'는 말을 해줬다"고 전했다.
자신의 노력과 동료의 지원이 어우러져야 하는 상황이다. 유독 가을 야구와 인연이 없던 박경수가 불운을 전화위복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