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지난주 7경기에서 6승 1패를 거둬,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주중 삼성과의 3연전에서 1패 뒤 2연승을 기록했고, 선두 NC를 홈으로 불러들여 더블헤더 포함 4경기를 쓸어 담았다. 최근 6연승. 2위 LG는 4위 키움에 불과 1.5경기 차, 5위 두산에도 2.5게임 차 앞섰을 뿐이지만 정규시즌이 막바지로 치닫는 만큼 의미 있는 상승세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류중일 LG 감독은 "앞으로 2주가 길게 느껴질 것 같다"고 했다. 선발진에 고민이 많아서다.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이 오른 팔꿈치 염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국내 에이스 차우찬은 두 달 가까이 돌아오지 않아서다.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서 팀을 2위까지 끌어올린 건 프로 1~2년 차 젊은 투수들이다. 더블헤더를 포함해 한 주에 7경기 일정을 앞두고 로테이션에 공백이 생긴 류 감독은 이민호에 신인 김윤식, 2년 차 남호를 17~18일 선발 투수로 낙점했다. 류 감독은 "NC는 현재 리그 1위를 달리는 강팀이니까 주눅 들지 말고, 공 하나하나 후회 없이 던졌으면 좋겠다. 신인이 기회 잡아서 꾸준히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의든 타의든 기회를 잡았다. 마음껏 즐기고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이 가운데 승리 투수가 된 이는 김윤식뿐이지만, 이민호와 남호 모두 잘 던졌다.
10일 NC와 더블헤더 1차전에 나선 이민호는 6이닝 4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LG는 이민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7회 말 5점을 뽑아 5-0으로 승리했다. 더군다나 이민호가 선발 맞대결을 펼친 NC 투수는 다승 1위 드류 루친스키(18승)였다. 6회까지 무실점한 루친스키는 7회 대량 실점하며 6⅓이닝 4실점 했다.
2차전 선발투수 김윤식은 이민호의 기세를 이어갔다. 초반에 팀 타선이 득점을 뽑자, 김윤식은 5이닝 3실점을 했다. 안타를 10개 맞았지만, 최소 실점으로 팀의 9-5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11일 NC전에는 남호가 투입됐다. 이날 4이닝 5피안타 4볼넷 3실점 했다. 데뷔 첫 선발 등판이던 지난 6일 삼성전에서의 5이닝 1피안타 1실점 깜짝투에 못 미치나, 나름 잘 버텼다. 덕분에 LG는 8회 6점을 뽑아 7-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올렸다.
올해 LG 마운드의 가장 큰 발견은 2020년 1차 지명 투수 이민호다. 올해 4승 3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하고 있다. 총 15차례 선발 등판에서 1⅓이닝 10실점 한 9월 7일 롯데전을 제외한 나머지 14번은 최소 5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한때 소형준(KT)과 펼쳤던 신인왕 경쟁에서 한 발 뒤처졌지만, 멀리 내다본 팀의 철저한 관리 속에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2020년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 출신의 좌완 김윤식은 기복이 있지만, 꾸준히 1군 경기에 나설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2019 LG 2차 5라운드 45순위로 입단한 좌완 남호는 확대 엔트리 시행 이후 1군에 데뷔해, 좋은 모습을 보인다.
남은 경기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중요하다. 이들 셋 중 최소 두 명, 또는 셋 모두 이번 주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셋업맨' 정우영과 '마무리' 고우석까지 LG 마운드에는 미래를 밝히는 영건들이 많다.
류중일 감독은 "감독으로서는 젊은 선수들이 나와서 막아주니까 정말 기분이 좋다"라며 "앞으로 LG의 마운드를 10~15년 책임질 미래다"고 반겼다. 올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LG는 당장의 성적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얻은 것이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