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리도 없이(홍의정 감독)' 개봉을 앞두고 있는 유재명은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극중 창복은 신앙심을 삶으로 여기는 인물인데, 실제 유재명도 특별히 기대거나 의지하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지금'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유재명은 "창복에게 종교, 신앙심은 유일한 삶의 돌파구다. 그걸 통해 하루를 마감하고, 신앙에 기대면서 '비록 내 삶은 비루하지만 이 정도면 감사하다'는 삶의 주문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그런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의 현실이다. 좋은 역할을 만나 좋은 작품을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이 제일 좋다. 누군가 젊을 때로 돌아가고 싶냐 묻는다면 난 절대 안 돌아가고 싶다. 절망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창복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나 역시 주문처럼 외운다. 매번 실수는 하지만 어떤 관계나 작품을 대할 때도 그런 마음가짐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성장 과정이 궁금하기도 하다"고 묻자 유재명은 "특별한 것이 없다. (질문에서) 빠져 나가려는건 아니지만 기억이 잘 안 난다. 지나간 시절에 대해 잘 기억을 못하는 것 같다"며 "보편적으로 생각하듯 가난한 집이었고, 난 특별하게 뭘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생활 전선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두고 적당히 공부하는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또 "그러다 대학에서 연기라는 것을 만나며 삶의 턴을 마주했다. 20살까지 20년, 40살까지 20년을 본다면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다. 배우의 길로 들어선 후에는 연습실-극장-술-집의 무한 반복이었다. 술을 하도 마셔 기억이 잘 안나는 것을 수도 있다. 배우에겐 결국 작품이 삶의 나이테다. 한 작품 끝내면 계절 바뀌어 있고, 1년이 훌쩍 지난다. 다시 많은 분들이 손 내밀어 주시면 '감사합니다!'하면서 참여하는 일상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유재명은 범죄 조직의 청소부 창복으로 소개부터 신선한 인물을 연기했다. 창복은 살기 위해 누구보다 근면 성실하게 범죄 조직의 뒷처리 일을 한다. 허름한 옷차림부터 소심하면서도 친숙한 말투로 창복을 설계한 유재명은 창복이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다양한 감정 변화를 밀도 있게 그려내며 유재명만의 명연기를 펼쳐냈다. 행동보다 말이 더 많은 설정 역시 말 없는 태인과 대비를 이루며 케미 시너지를 높인다. 웃음 포인트이자 눈물 포인트로 관객들의 감정을 쉴새없이 쥐락펴락한다.
'소리도 없이'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범죄 조직을 돕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린 채, 묵묵히 자기 일을 해 가며 살아가는 태인과 창복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흔들며 기존 범죄 영화와는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아이러니한 사건이 키 포인트다. 홍의정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15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