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LG 입단 후 늘 주전으로 활약했다.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이제는 '주연'이 아닌 '조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도 그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류중일(57) LG 감독은 그를 두고 "우리 팀 대타 1번이에요"라며 허허 웃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현역 최고령 선수' 박용택(41)을 두고 한 말이다.
박용택의 커리어는 화려하다. 지난주 KBO리그 역대 개인 최초로 2500안타를 돌파했고, 최다 경기 출장 신기록까지 작성했다.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150안타(2012~2018년), KBO리그 유일한 10연 연속 3할 타율(2009~2018년) 기록도 세웠다. 12일 현재 시즌 타율은 0.309(207타수 64안타). 40대 선수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성적이다. 오랜 기간 LG를 대표한 박용택은 올 시즌 '뒤'로 물러났다. 대신 가장 중요한 순간 '첫 번째'로 기용된다. 1~2점 차 열세, 혹은 추가점이 꼭 필요한 승부처에서 대타로 기용된다.
대부분의 선수는 지명타자로 나서거나, 대타로 나서면 부담감이 크다고 호소한다. 몸이 덜 풀려 타격에 애를 먹기도 한다. 박용택은 처음 맡는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개인 통산 2501안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8일 잠실 삼성전 0-0으로 맞선 7회 2사 1루에서 정주현의 대타로 나와 중전 안타를 뽑았다. 후속타 불발로 선제점을 얻지 못했지만, LG는 9회 말 1-0 끝내기 승리를 올렸다. 10일 NC와 더블헤더 1차전 역시 0-0이던 7회 말 대타로 나와 1사 1·2루 찬스를 만드는 안타(개인 2502안타)를 쳤다. LG는 7회 말 5점을 뽑아 5-0으로 이겼다. 11일 NC와 경기에서는 1-3으로 뒤진 8회 선두 대타로 나와 안타를 때렸고, LG는 8회에만 6점을 올려 7-3 짜릿한 역전승으로 6연승 신바람을 탔다.
박용택은 개인 최다 안타 기록을 늘리는 것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다. 오로지 팀 승리에 초점을 맞춘다. 지난 6일 잠실 삼성전에서 개인 통산 2500안타를 달성한 후 그는 "팀이 졌기 때문에 축하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 경기에서 2-2로 맞선 9회 1사 1루에서 2루타를 쳤다. 그러나 LG는 결승점을 뽑지 못했고, 결국 연장 12회 승부 끝에 2-3으로 패했다. 박용택은 "내가 꿈꾸던 중요한 상황, 2·3루에서 안타를 뽑았다. 그런데 팀이 졌다. 야구가 정말 어렵다"고 계속 아쉬움을 표현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향해 달리는 박용택의 마지막 목표는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1994년 창단 후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LG는 박용택이 프로 데뷔한 2002년을 끝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창단 30주년을 맞는 올해 좋은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잠실 홈 경기를 치를 때 박용택은 경기 초·중반부터 불펜에서 방망이를 돌린다. 자신에게 돌아올 한 타석을 위해 더 일찍 준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