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을 메이저리그 최고의 풍운아는 단연 최지만(29·탬파베이)이다. 최고의 무대에 나서는 그가 리그 최고 선수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최지만은 21일(한국시간) 오전 9시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리는 LA 다저스와의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1차전 출격을 앞두고 있다. 그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다저스가 경계해야 할 선수로 꼽혔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수차례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뉴욕 양키스와의 디비전시리즈(아메리칸리그) 1차전에서는 소속팀이 1-2로 뒤진 4회 말 상대 에이스 게릿 콜로부터 역전 투런 홈런을 쳤다. 콜은 역대 FA(자유계약선수) 최고 몸값을 받고 계약한 리그 정상급 투수다. 15일 열린 휴스턴과의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는 2-3으로 뒤진 8회 선두 타자로 나서 동점 솔로포를 쳤다. 휴스턴전 홈런 뒤 무심한 표정으로 선보인 배트 플립도 화제가 됐다. 상대를 자극하는 행위는 빈볼로 이어질 수 있다. 동료들은 환호했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도 "이런 선수가 한 명은 있어야 한다"며 최지만을 지지했다.
미국 매체 '스포팅 뉴스'는 "유연한 몸동작으로 포구를 잘해낸다"며 최지만 수비력을 주목했다. 13일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세 차례나 보여준 '다리 찢기' 포구에 대한 평가다. 안타성 타구를 잡은 내야수의 부정확한 송구를 잡기 위해 오른쪽 발바닥을 1루에 밀착시킨 뒤 왼쪽 다리를 찢어서 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어냈다.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건장한 체격 조건(키 185㎝·체중 116㎏)과 어울리지 않는 반전 유연성. 탬파베이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는 "1루수가 그런 수비를 해주면 수비가 편하다"며 최지만의 플레이를 극찬했다. 야구팬 온라인 커뮤니티도 들끓었다. 매체 '디애슬레틱'은 "최지만의 수비는 올해 포스트시즌의 좋은 흥행 요소가 됐다"고 평가했다.
타격 성적은 최지만보다 좋은 선수도 있다. 4홈런·6타점을 기록하며 챔피언십시리즈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쿠바 신성 랜디 아로자레나가 그렇다. 그러나 최지만은 시리즈 흐름을 바꾸고 동료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했다. 특유의 파이팅과 유쾌한 제스추어가 월드시리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저스에도 게임 체인저가 있다. 리그 최고 외야수 무키 베츠(28). 보스턴 소속이던 2018시즌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한 선수다. 지난 7월, 다저스와 기간 12년 총액 3억 6500만 달러(한화 약 4370억원) 초대형 장계 계약을 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 1등 공신이기도 하다. 1승 3패(시리즈 전적)로 밀려있던 상황에서 치른 애틀란타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 환상적인 수비로 경기 흐름을 바꿨다. 0-2로 지고 있던 3회 말 수비 1사 2·3루에서 애틀란타 댄스비 스완슨의 안타성 타구를 쫓아 잡아낸 뒤 바로 홈 송구를 했다. 마음이 급했던 3루 주자 마르셀 오즈나는 태그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뒤 홈으로 쇄도했고, 비디오판독으로 아웃이 선언됐다.
다저스는 4회부터 추격에 성공했다. 5차전을 7-3으로 잡았다. 시리즈 전환점이었다. 베츠는 6차전에서도 날았다. 다저스가 3-0으로 앞선 5회 초 2사 1루에서 오즈나의 우중간 홈런성 타구를 껑충 뛰어 잡아냈다. 마운드 위 워커 뷸러가 포효했다. 7차전에서도 2-3로 뒤진 5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애틀란타 간판 타자 프레디 프리먼의 타구를 담장 앞에서 잡아냈다.
최지만과 베츠를 직접 비교할 순 없다. 이름값과 몸값 모두 차이가 크다. 그러나 최지만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시리즈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기움을 뿜어냈다. 영향력은 베츠와 견줄만하다. 단기전은 기세 싸움.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 해설위원은 "최지만은 자신이 언제 투입될 지 잘 알고 있다. 워커 뷸러, 토니 곤솔린 등 우투수 승부에서 활약이 기대된다"며 타석에서 선전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