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2020년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된 25일 창원 LG전. 이동욱 NC 감독은 경기 전 구창모를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전완근 염증을 이유로 7월 27일 1군에서 빠진 구창모가 돌아온 건 무려 89일 만이었다.
물음표가 가득했다. 구창모는 몇 차례 불펜 피칭으로 컨디션을 조율했지만, 2군 등판 없이 1군에 올라와 어떤 투구 내용을 보여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부상 부위에 통증이 재발하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둬야 했다.
이동욱 감독은 승부처에서 '구창모 카드'를 사용했다. 구창모는 3-1로 앞선 6회 초 2사 1·3루 위기에서 마운드를 밟았다. 타자는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 주인공 백전노장 박용택. 구창모는 풀카운트에서 던진 시속 131㎞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구창모는 7회 초에도 등판해 깔끔하게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한 뒤 8회 김진성에게 배턴을 넘겼다. 투구수는 19개(스트라이크 13개). 구단 전력분석에 따르면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4㎞까지 찍혔다. 부상 전 보여준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은 아니었지만, 별다른 통증 없이 복귀전을 마쳤다는 데 의미가 컸다.
정규시즌 일정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구창모가 복귀하지 못할 경우, NC의 한국시리즈(KS) 운영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했다. 올 시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KS를 대비하는 게 녹록하지 않다. 예년과 달리 KS를 앞두고 일본으로 건너가 따로 훈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팀 간 연습경기도 조심스럽다. 24일로 퓨처스리그(2군) 일정도 모두 끝나 실전 감각을 테스트할 방법이 자체 청백전밖에 없다. 구창모로서는 정규시즌에서 몸 상태를 체크할 필요가 있었는데, 24일 LG전을 통해 한시름 덜었다.
NC 코칭스태프는 잔여 정규시즌 경기에서 구창모를 선발로 한 차례 내보낼 계획이다. 이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해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 부상 전 9승을 기록했던 구창모는 등판 결과에 따라 2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을 수 있다. 정규시즌 막판 선발 등판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NC의 2선발 마이크 라이트의 구위가 들쭉날쭉하다. 4선발 이재학마저 슬럼프에 빠져 3선발 구창모의 어깨가 무겁다. 1선발 드류 루친스키와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어야 한다.
구창모는 LG전이 끝난 뒤 "긴 재활 훈련을 거쳤다. 팀 모두가 많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복귀할 수 있었다. 불펜에서 나올 때 팬분들이 환호해 주셔서 순간 울컥했다"며 "오랜만의 등판이라 떨렸는데 그래도 경기를 해야 하니 참고 던졌다. 그동안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많이 죄송했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돌아왔으니 이제 KS에서 우승할 수 있게 꼭 도움이 되고 싶다. 마지막에 우승 멤버로 웃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