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22일 밤. 이숭용(49) KT 단장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KT는 이숭용 단장이 선수 은퇴 뒤 처음으로 지도자(타격 코치) 생활을 시작한 팀이다. 창단 멤버로 합류해 조범현 초대 감독, 김진욱 2대 감독을 보좌했다. 2019시즌부터는 단장으로서 현장을 지원하고 있다. 팀 역사의 산증인이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숭용 단장은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10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목표를 이룬 순간, 남해에서 진행한 첫 전지훈련부터 성균관대에서 훈련했던 장면까지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가더라. 뭉클했다"며 잠 못 이룬 밤을 돌아봤다.
이숭용 단장의 지원은 탁월했다. 총 6번 단행한 트레이드는 팀 뎁스 강화에 큰 힘이 됐다. 리드오프 조용호, 셋업맨 전유수는 주축 전력으로 거듭났다. 내부 FA(자유계약선수) 선수 대우에 집중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팀 리더 유한준, 박경수의 공적과 영향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는 젊은 선수들에게 '나도 두 선배의 길을 따라가고 싶다'는 메시지를 제시했다.
이숭용 단장은 포스트시즌 진출의 공로를 선수단에게 돌렸다. 그는 "이제 패배의식은 사라졌고, 목표의식이 생긴 것 같다. 승리가 많아진 덕분이다. 이강철 감독님과 코치진이 잘해주셨다. 위기 때마다 소주 한 잔 기울였다. 프런트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신 현장(코칭스태프)에 감사드린다. 선수들도 특정 선수를 꼽기 어려울 만큼 모두 잘해줬다"고 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예감이 좋았다고 한다. 주장 유한준이 건넨 한마디 덕분이었다. 이숭용 단장은 "캠프 내내 선수들을 보면서 좋은 느낌이 들었다. 캠프 말미에 갑자기 (유)한준이가 대뜸 '든든하게 지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올해는 무조건 5강에 들어간다고 하더라. 이런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 잘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딱 느낌이 왔다"고 전했다.
항해는 순탄하지 않았다. KT는 6월까지 8위에 머물렀다. 구단 내부에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숭용 단장이 현장과 구단 수뇌부의 가교를 잘해냈다. 이강철 감독이 설정한 방향에 힘을 실어줬다. 이강철 감독도 "단장님도 하위권에 있을 때는 여러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한 번도 부담을 주지 않으셨다. 혼자 고충을 참고, 감당하신 것 같다"며 감사를 전했다.
실제로 이숭용 단장은 "단장 자리가 이토록 무거울 줄 몰랐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업무가 버거웠다"고 털어놓았다. 현장 야구인으로서 프런트 업무가 익숙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도전 정신이 깨어났다. 이숭용 단장은 "인생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혼란이 생길 땐 초심을 돌아봤다. "현장을 존중하고 지원에 매진하겠다"며 새긴 마음가짐이 그것이다. 이숭용 단장은 "감독님 취임식(2018년 10월) 때 내가 '감독님 재계약을 위해 뛰겠다'는 말을 했다. 불필요한 발언이었다는 시선도 있었다. 나로서는 많은 의미를 담아 드러낸 각오였다. 진심이었다. (이강철 감독과) 운동 공동체라는 생각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이숭용 단장의 시선은 이미 2021년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포스트시즌 진출) 여운에 취해있을 틈이 없다. 다음 시즌을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며 웃었다. KT의 현장과 프런트가 만든 팀 운영 매뉴얼은 정립 단계에 있다고 이숭용 단장은 보고 있다. 그걸 다듬고 발전시키는 과정에 돌입한다. 육성 파트가 보완해야 할 점도 주시하고 있다. 개인 포부도 전했다. 이숭용 단장은 2000년대 초반 왕조를 구축했던 현대에서 주축 선수로 뛰었다. 당시 동료, 지도자와 호흡하며 배운 것들이 '단장 이숭용'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 후배들에게도 팀에 대한 프라이드를 주고 싶다.
이숭용 단장은 "KT가 명문 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고민한다. 명문 구단을 평가하는 기준은 많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명문 구단은 '모든 선수가 한 번은 뛰어보고 싶은 팀'이다. KT를 그렇게 만드는 게 내 가장 큰 목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