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NC 감독은 올 시즌 테이블 세터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다. 1, 2번을 번갈아가며 소화한 이명기(33) 덕분이다. 이명기는 13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1(463타수 144안타), 2홈런, 45타점을 기록했다. 1번 타순에서 출루율 0.399, 2번 타순에선 출루율 0.372로 공격 첨병 역할에 충실했다.
NC는 올해 나성범·양의지·애런 알테어가 모두 100타점을 넘겨 KBO리그 역사상 100타점 타자 3명을 배출한 네 번째 팀이 됐다. 득점권 타율이 4할대인 양의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평소대로 치는데, (이명기와 박민우로 꾸려진) 테이블세터진이 좋다 보니 득점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꾸준하다. 이명기는 지난해 7월 6일 단행한 트레이드 때 KIA를 떠나 NC 유니폼을 입었다. NC 이적 후 소화한 191경기 타율이 0.309. 이 기간 리그 13위. 최주환(두산·0.293), 구자욱(삼성·0.289), 이대호(롯데·0.286), 제이미 로맥(SK·0.283)을 비롯한 웬만한 다른 팀 간판타자보다 타율이 높다. 같은 기간 때려낸 안타가 211개로 박민우(233)에 이어 팀 내 2위이다. 홈런 타자들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지만, NC 상·하위 타선의 연결고리로 임무를 완수했다.
마운드에선 프로 2년 차 송명기(20)의 활약이 돋보였다. NC는 8월 중순 선발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토종 에이스' 구창모가 7월 말 전완근 염증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4선발 이재학마저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두 선수가 전열에서 이탈해 선발 로테이션에 큰 공백이 발생했다. 신민혁·최성영을 비롯한 2군 자원을 임시방편으로 투입했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위기 때 송명기의 깜짝 호투가 돋보였다. 8월 21일 광주 KIA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송명기는 선발로 나선 11경기에서 7승 3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했다. 5월 16일 1군에 처음 등록된 뒤 컨트롤 난조로 이틀 만에 2군행을 통보받았지만, 6월 12일 두 번째 1군에 올라온 뒤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이동욱 감독은 시즌 내내 "지금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재목"이라고 칭찬을 반복했다. 감독의 믿음대로 7월 5일 창원 KIA전에서 불펜 투수로 데뷔 첫 승을 따낸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송명기는 시즌 주요 전력이 아니었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7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은 대형 유망주지만, 올해는 2군에서 경험을 쌓게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군의 긴박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콜업됐고 순항을 이어가는 중이다. 투구 폼을 오버스로에서 스리쿼터로 바꾼 뒤 구속이 늘었고, 컨트롤까지 안정됐다. 자신감도 커졌다.
이명기와 송명기의 역할은 정규시즌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한국시리즈에서 이명기는 공격의 활로를 뚫고 송명기는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스윙맨으로 대기할 예정이다. 투타의 핵심 자원이다.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통합우승까지 도전하는 NC의 키맨은 '명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