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1일 열릴 예정이던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WC) 선발 유격수로 김하성을 선택했다. 관심이 쏠린 2루수는 김혜성을 내세웠다. 러셀을 향한 팀 내 평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6월 대체 외국인 타자로 영입된 러셀은 유격수와 2루수를 번갈아 가면서 맡았다. WC에서도 유격수나 2루수 출전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김창현 감독대행은 선발 라인업에서 러셀을 아예 뺐다. 외국인 선수의 존재감을 고려하면 러셀의 WC 선발 제외는 의외일 수 있다. 로베르토 라모스를 선발 4번 타자로 배치한 LG와 정반대였다.
김창현 감독대행은 러셀에 대해 "좋은 컨디션을 보여서 이 부분을 가장 고심했다. 밤늦게까지 (코칭스태프와) 상의했는데 기본적으로 포스트시즌에선 수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싶었다"고 했다. 간접적으로 러셀의 '수비'를 지적한 셈이다.
러셀은 올 시즌 65경기에 출전해 실책 12개를 기록했다. KBO리그 실책 공동 11위. 중도 영입돼 다른 선수들보다 경기 출전 횟수가 적었다는 걸 고려하면 실제 실책이 꽤 많았다. 두산 주전 유격수 김재호가 120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13개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 차가 확실했다. 가끔 화려한 수비로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안정감이 떨어졌다. 8월 15일 사직 롯데전과 9월 8일 인천 SK전에선 한 경기 실책 2개로 자존심을 구겼다.
기대치를 밑돈다. 러셀은 영입 당시만 하더라도 현역 메이저리그(MLB) 선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MLB 2년 차 시즌이던 2016년에는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뽑히며 시카고 컵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다. 그해 유격수로만 무려 1262⅔이닝을 소화했다. 당시 UZR(Ultimate Zone Rating) 10.3을 기록해 MLB 전체 유격수 중 5위였다.
UZR은 그라운드를 총 64개의 구역으로 나눠 타구마다 가중치를 매겨 산출된다. 보살 등으로 주자의 진루를 막아내는 능력(ARM), 병살을 많이 처리하는 능력(DPR), 수비 범위 내에서 안타를 차단하는 능력(RngR)과 평균적인 수비수들에 비해 실책을 얼마나 덜 하는지를 평가하는 척도(ErrR)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해 종합적으로 계산한다. 러셀은 특히 RngR이 준수했다.
키움 유니폼을 입고선 MLB 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타격도 부진(타율 0.254)한데 수비까지 삐걱거렸다. 김창현 감독대행은 "김하성을 유격수에 놓고 김혜성과 전병우가 2, 3루를 맡아야 내야가 탄탄할 거라고 결론 내렸다"며 "경기 후반 점수가 필요한 상황에 따라 러셀을 출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우천으로 순연돼 '러셀 사용법'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확인됐다. 키움은 러셀의 수비를 불안하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