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당국이 내년 여름 열리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등을 염두에 두고 야구장 관람석을 80% 넘게 채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실험을 강행했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의도라고 하지만, 무리하게 인체 실험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가나가와현과 일본 기업 DeNA는 지난달 30일부터 전날까지 열린 요코하마DeNA와 한신의 3연전이 열린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코로나19에 관한 실증 실험을 실시했다.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보다 많은 관중을 입장시킨 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분석하는 것이 실험이다.
실험 첫날에는 정원의 51%가 입장했고, 둘째 날은 76%, 마지막 날인 1일에는 2만7850명(수용인원의 86%)이 요코하마DeNA에 입장했다. 현재 일본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르면, 대형 스포츠 경기장에는 수용인원의 50%까지만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기장에는 실험을 위해 더 많은 관중을 수용했다.
주최 측은 고해상도 카메라를 통해 관중의 이동이나 마스크 착용 비율 조사하고, 화장실·매점 등의 혼잡도 정보를 관람객이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등을 테스트했다. 나카무라 히데마사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대회개최총괄은 "실제 자료를 일본과 해외에 있는 분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으면 내년에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올림픽)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를 인체 실험에 동원했다는 건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진 상황이라서 야구장 실험이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일본에서는 하루 평균 695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직전 일주일(하루 평균 571명)보다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가와카미 고이치 국립유전자 연구소 교수는 "지금까지 반대를 계속해왔지만, 최악의 타이밍에서 실증 실험(감염 실험)을 하다니, 이제 할 말이 없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실험의 책임자는 누구이며, 이번 실험이 윤리심사를 받았는지, 관중의 동의를 받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함께 제기했다.
아이 4명을 키우는 여성이라고 밝힌 한 트위터 이용자는 "정말 이로 인해 감염이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냐. 야구장에서 감염된 관중은 목소리를 높여서 요코하마 스타디움의 인체 실험에 참가했다고 알리면 좋겠다"고 썼다.
그러나 일본은 앞으로도 실험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7∼8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경기에서 실증 실험이 실시된다. 요코하마스타디움은 야외구장이지만, 도쿄돔은 지붕이 있는 실내형 경기장이다. 따라서 감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