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리그 강력한 MVP 후보 KT 로하스와 NC 양의지. IS포토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 경쟁은 양의지(33·NC)와 멜 로하스 주니어(30·KT) 2파전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정규시즌 성적을 바탕으로 지난 1일 야구기자협회 회원들이 투표를 마쳤고,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 시상식이 열린다.
2020 KBO리그 정규시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박용택(LG), 김태균(한화), 권오준(삼성) 등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야구를 이끌어온 스타 플레이어들이 마지막 발자취를 남겼다. 젊은 선수들은 '폭풍 성장'했다. 데뷔 6년 차 구창모(NC)는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떠올랐고, 2017년 신인왕 이정후(키움)와 2018년 신인왕 강백호(KT)도 정상급 타자로 거듭났다. KT 신인 투수 소형준은 13승을 거두며 국내 선발투수 다승 1위에 올랐다.
팀 성적도 마찬가지다. 막내 두 팀이 리그 2강을 구축했다. '9구단' NC는 83승 6무 55패를 기록하며 창단 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꾸준히 데이터 야구를 심화하고, 과감한 투자로 전력을 강화한 결과였다. '10구단' KT도 후반기 승률 1위를 기록하며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내친김에 리그 2위까지 올라섰다. 현장과 프런트의 긴밀한 협업과 소통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반면 원년 구단 삼성, 롯데, KIA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8시즌 한국시리즈 우승팀 SK도 9위에 그쳤다. 제 9·10구단의 반란은 향후 KBO리그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이다. 혁신을 향해 도전하고, 최적화된 운영 시스템 구축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증명됐다.
NC와 KT는 시즌 MVP를 놓고 경쟁할 전망이다. 도약을 이끈 일등공신인 양의지와 로하스가 유력 후보다.
양의지는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8(10위)·33홈런(4위)·124타점(2위)·OPS(출루율+장타율) 1.003을 기록했다. 역대 포수 최초로 시즌 30홈런·100타점을 넘어섰다. 홈런 기록은 커리어 하이. 득점권 타율(0.425)도 빼어났다. LG 김현수에 이어 리그 2위다. 심적 부담이 큰 4번 타자로 나서면서도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양의지의 성적이 더 빛나는 이유는 그가 KBO리그 최고의 포수이기 때문이다. 빼어난 투수 리드로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끌었다.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평균 대비 수비 기여도(WAA)는 1.001이다. 리그 주전 포수 중 가장 높다. 도루 저지율(42.9%)도 1위다.
주장 역할도 잘해냈다. 지난 2월 애리조나(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LG 김현수도 이적생이지만, 주장이 됐고 팀을 바꿨다. 나도 '팀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두산 주장이었던 오재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동욱 NC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양의지가 묵묵히 잘해나가더라. 개인 성적을 떠나서 가장 고생했다"며 격려했다. 사령탑의 평가가 양의지의 팀 기여도를 대변한다. 소속팀을 1위에 올려놓은 올 시즌은 데뷔 첫 MVP 수상 적기라는 평가다.
로하스도 개인 성적과 팀 기여도 모두 빼어나다. 그는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9(2위)·47홈런·135타점·116득점·장타율 0.680·출루율 0.417를 기록했다. 타점·득점·홈런·장타율 부문 1위다. 타율과 최다안타 그리고 출루율 부문도 모두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7.93이다. 리그 야수 중 1위 기록이다.
시즌 초반, 4번 타자 강백호의 득점권 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도 로하스가 클러치 능력을 발휘했다. 덕분에 KT가 후반기에 도약할 수 있었다.
로하스는 KBO리그에서 뛰며 성장한 외국인 타자다. 장타력은 2018년 43홈런을 기록할 만큼 원래 뛰어났다. 4할대 출루율을 처음 달성했다. 타격 지향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는 공격적이지만,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콘택트에 집중한다"며 로하스의 변화를 짚었다.
타격 기술도 향상됐다. 스위치 히터인 그는 우타석(좌투수 상대)에서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러나 꾸준히 자신에 맞는 스윙을 연구했고, 기존 클로즈드 스탠스(closed stance·앞발을 닫는 자세)에서 스퀘어 스탠스(square stance·두 발이 평행을 이루는 자세)로 수정하며 변화구 대처 능력을 향상했다. 상대 투수에겐 악몽 같은 타자로 진화했다.
NC는 꼴찌로 추락한 2018시즌 종료 뒤 4년 총액 125억원을 투자해 FA(자유계약선수) 양의지를 영입했다. KT는 미국 현지 코디네이터 데이브 디프레이타스와 이충무 운영팀 차장의 안목과 노력이 더해져 '흙속의 진주' 로하스를 영입할 수 있었다. 팀 역사가 가장 짧은 신생팀이 이상적인 전력 보강을 해낸 것이다. 둘의 MVP 경쟁은 NC와 KT 노력과 의지가 만든 결과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