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두산이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만난다. 승부의 키를 쥔 1차전은 외국인 투수와 고졸 신인 투수의 선발 맞대결로 확정됐다. 크리스 플렉센(26·두산)과 이민호(19·LG)가 나선다.
두 팀은 4일부터 나란히 홈으로 사용하는 잠실구장에서 3전 2승제의 준플레이오프(준PO)를 갖는다. LG가 2일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에서 연장 13회 접전 끝에 키움을 4-3으로 꺾고 준PO에 올라, 두산의 상대로 결정됐다. 양 팀이 가장 최근 PS에서 만난 건 2013년 플레이오프(PO·두산 승리)에서였다.
올해 준PO 1차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3전 2승제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5전 3승제로 열렸으나,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을 줄이는 차원에서 올해는 3전 2승제로 치르기로 했다. 1차전 패배 팀은 곧바로 '가을 야구' 탈락 위기에 몰린다.
역대 3전 2승제의 준PO에서 1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100%(16차례)였다. 5전 3승제의 승부에서는 1차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PO에 거둔 경우(2009년 두산, 2010년 두산, 2011년 SK, 2013년 두산)가 꽤 있었다. 그러나 3전 2승제에선 1차전 승리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또한 단기전은 선제점 싸움이라 선발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두산의 에이스는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다. 하지만 10월 30일 키움과의 정규시즌 최종전에 나서는 등 10월에 6경기에 나선 터라 알칸타라에게 하루 더 휴식을 줘 2차전에 내보낼 계획이다. 두산은 1차전에 플렉센을 먼저 투입, 준PO를 2차전에서 끝내겠다는 심산이다.
플렉센은 부상으로 두 달간 1군을 비웠지만 8승 4패, 평균자책점 3.01로 호투했다. 특히 부상에서 돌아온 9월 9일 KT전 이후 최근 9경기에선 4승 1패, 평균자책점 2.05로 더 좋았다. 10월에는 리그 평균자책점 1위(0.85, 31⅔이닝 3실점)에 올랐다. 플렉센은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50㎞다. 여기에 구속을 110㎞대로 낮춘 '느린 커브'와 130㎞ 중반까지 끌어 올리는 '빠른 커브'로 타자를 헷갈리게 한다. 또한 각각 10%의 비중을 차지하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섞어 던진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알칸타라, 플렉센이 겉보기에는 워낙 좋아서 다들 두산이 유리하다고 하지만 둘 다 큰 경기 경험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신중함을 드러냈다.
LG는 고졸 신인 이민호가 중책을 맡았다. 케이시 켈리는 2일 WC 1차전에 등판했고, 타일러 윌슨은 준PO 엔트리엔 포함됐으나, 3차전 이후에나 등판이 가능하다.
휘문고 출신의 이민호는 2020년 LG 1차지명으로 입단한 고졸 신인 투수다. 올해 타선과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해 4승(4패)에 그쳤지만 '겁 없는 신인'의 모습을 보였다. 팀의 철저한 관리 속에 총 97⅔이닝을 던지며 3.69의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9월 7일 롯데전에서 1⅓이닝 10실점의 부진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은 3.69에서 2.80으로 확 낮아진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LG의 전력 구상에서 빠졌지만, 기대 이상의 호투로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크게 공헌했다.
이민호의 직구 평균 구속 145㎞, 여기에 평균 139㎞의 슬라이더가 좋다. 두 구종이 약 90%를 차지한다. 신인답지 않게 마운드에서 주눅 들지 않는 두둑한 배짱이 돋보인다. 견제·수비력도 좋다는 평가다.
두산전에 자신감이 있다. 5월 6일 두산전에서 프로 1군에 데뷔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다음날(7일) 3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두 경기에서 합격점을 발판 삼아, 선발 투수로 전환했다. 올해 두산전 4경기 평균자책점은 2.57(14이닝)이었다.
이민호가 4일 두산과의 준PO 1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되면 1992년 염종석(롯데), 2005년 김명제(두산)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고졸 신인 포스트시즌 첫 등판 선발승'을 달성하게 된다. 류중일 LG 감독은 "이민호가 준비를 잘하고 있다. 꼭 승리하고 싶다"라고 출사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