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베테랑 선수를 대거 내보낸 데 이어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코치들도 대폭 물갈이했다. 올 가을 한화를 떠난 이들은 선수 17명, 코치 10명 등 총 27명이다.
신호탄은 주장 이용규(35)의 방출이었다. 이용규는 2년 전 2+1년 자유계약선수(FA)로 한화와 계약했다. 내년 계약에 대해서는 한화 구단이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올 시즌 한화의 주장을 맡은 이용규는 1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 17도루를 기록했다. 기량만 보면 내년에 뛰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화는 2021년 선수단 구성에서 이용규를 가장 먼저 제외했다. 한화 구단은 "이용규와 면담을 통해 구단의 뜻을 전했다. 팀을 리빌딩하는 방향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지난해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파문'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규는 2018시즌 뒤 FA 계약을 맺고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트레이드를 공개 요청해 물의를 빚었다. 이 때문에 구단의 징계를 받고 1년 동안 1군에서 뛰지 못한 바 있다.
이어 한화는 투수 윤규진·안영명·김경태, 내야수 송광민·최진행·김회성 등 주전급 30대 선수들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상황에서 방출선수 명단이 예년보다 2~3배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에는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38)이 은퇴를 선택했다.
이뿐만 아니라 코치들도 대거 팀을 떠난다. 올 시즌 1군에 있던 코치들 대부분이 해당했다. 송진우 투수코치, 장종훈 육성군총괄코치 등 등번호가 영구결번된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들도 포함됐다. 한화 구단의 강한 개혁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한화가 올 시즌 초 하위권으로 떨어졌을 때부터 오프시즌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 6월 한용덕 전 감독이 사임했고, 한화는 최원호(47)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쳤다.
게다가 한화 프런트의 수장이었던 박정규 전 대표이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실패로 사퇴한 상태다. 대표이사가 두 달 전 사임했고, 감독조차 공석인 상황에서 정민철(48) 단장이 선수단과 구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정민철(48) 단장이 한화 선수단 정리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선후배 관계가 좋은 것으로 유명한 정민철 단장이 개혁 과정에서 휘두르는 칼날은 상당히 날카롭다.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마음이 쓰리고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팀이 쇄신하고 변화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한화 구단은 "그룹에서 대표이사를 선임하면, 이후 구단이 신임 감독을 뽑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마무리 훈련과 스토브리그 기간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다른 팀들은 코칭스태프조각을 이미 마쳤다. 한화는 구조조정만 했을 뿐, 개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한화 선수단은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와 서산 2군 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시작한다. 대전에서는 코치 7명, 선수 35명이 훈련한다. 서산에는 코치 5명과 2군·신인 선수 26명이 모인다. 새 감독 선임 전까지 1군 마무리 캠프는 최원호 감독대행이 지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