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고의 '타격 머신'들이 한국시리즈로 가는 길목에서 만났다. 2020년 플레이오프(PO·5전3승제)는 멜 로하스 주니어(30·KT)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2·두산)의 화력 대결로 압축된다.
정규시즌 2위 KT와 준PO 승자 두산이 9일부터 고척 스카이돔에서 PO를 치른다. 시즌 상대 전적은 KT가 9승 7패로 앞서 있다. 그러나 두산은 최근 5년(2015~19)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전통의 강호다. 예측불허의 승부다.
단기전은 기세 싸움이다. 분위기를 바꾸는 '한 방'이 흐름을 바꾼다. 1·2선발 투수가 차례로 등판하기 때문에 다득점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중심타자가 시리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로하스와 페르난데스가 그 주인공이다.
로하스는 2020년 최고 타자다. 정규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9, 135타점, 116득점, 출루율 0.417, 장타율 0.680을 기록했다. 타점, 득점, 홈런 그리고 장타율 1위에 올랐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가 KBO리그 전체 1위인 7.93이다. 강력한 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다.
로하스는 올 시즌 한층 성장한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 스위치 히터인 그는 2017~19년 좌투수(우타석) 상대 타율 0.276를 기록했다. 우투수 상대 타율(0.308)보다 낮았다. 겨우내 타격 스탠스에 변화를 주며 변화구 대처 능력을 향상했다. 김강 KT 타격 코치와 함께 진행한 스윙 변화가 성공했다.
이전까지 로하스는 웨이트트레이닝 강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지난겨울에는 체중 감량과 유연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장타력이 오히려 상승했다. 로하스는 "유연성이 생겨 더 좋은 타구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로하스는 7월까지 타율 0.387의 맹타를 이어갔다. 8월 23경기에서는 타율 0.206에 그쳤지만, 9월 이후 49경기에서 타율 0.368·47타점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10월에만 타율 0.388·9홈런을 기록했다. 이 기간 득점권 타율은 무려 0.467. 감기몸살로 시즌 막판 몇 경기에 빠졌지만, 그는 "더 큰 무대를 위해 잘 쉬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두산전 성적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16경기에서 타율 0.296를 기록했다. 두산 외국인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상대로 8타수 2안타, 크리스 플렉센에게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대신 클러치 능력이 뛰어났다. 두산전 득점권 타율은 0.357. 결승타도 3개가 있었다. 고척 스카이돔 8경기에서 로하스는 타율 0.517(35타수 15안타), 장타율 1.034로 매우 강했다.
페르난데스는 안정감이 매우 뛰어난 타자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199개)를 쳐냈다. 2019년에 이어 이 부문 2연패다. 올해 타구 방향(좌측 183개, 가운데 132개, 우측 228개)도 고른 분포를 보였다. 약점을 보이는 투수 유형도 없다. 우투수 상대 타율 0.330, 좌투수 0.367, 언더핸드 투수 0.327를 기록했다.
페르난데스는 KT와의 16경기에서 타율 0.333을 기록했다. KT 원투펀치도 잘 공략했다. 1차전 선발투수로 낙점된 우완투수 소형준에게 타율 0.417(12타수 5안타), 2차전 선발이 유력한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에게 0.385(13타수 5안타)를 기록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13타수 1안타에 그쳤다. 그는 LG와의 준PO를 앞두고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지켰다. 5일 열린 준PO 1차전 1회 말 LG 선발투수 이민호를 상대로 우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2차전에서도 빅이닝(7득점)을 만든 4회 초 2사 3루에서 진해수를 상대로 적시타를 쳤다.
두산은 준PO에서 3번 타자 오재일이 타율 0.222, 4번 김재환이 타율 0.143에 그쳐 고민이 있다. 김재환은 KT와의 정규시즌에서 타율 0.234에 그쳤다. 2번 타자로 나서는 페르난데스가 키플레이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