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이 이달 열리는 두 번의 유럽 원정 A매치를 앞두고 중앙수비수 김민재(베이징 궈안)와 박지수(광저우 헝다)를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소속팀의 차출 불가 방침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김민재와 박지수가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인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다”고 10일 밝혔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A팀은 본진이 이미 평가전 장소인 오스트리아에 도착해 현지 적응에 나선 상황이다. 15일 멕시코, 17일 카타르와 각각 A매치 평가전을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맞아 A매치 데이 기간 중 대표팀 선수 차출에 대해 소속팀이 거부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마련했다. A매치 후 5일 이상 자가격리가 필요한 경우, 선수 보호 차원에서 소속팀이 차출에 협조하지 않아도 된다. 김민재와 박지수의 소속팀들 또한 같은 규정을 근거로 차출 불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두 구단의 결정은 규정을 교묘히 악용한 것에 가깝다는 게 축구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해당 선수들이 A매치에 참여한 뒤 2주간의 자가격리 조치가 적용되는 중국으로 곧장 돌아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베이징과 광저우 헝다는 오는 18일부터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참여한다. 카타르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으면 별도의 자가격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두 구단이 선수 차출을 불허한 진짜 이유는 수퍼리그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핵심 수비수를 지키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수퍼리그는 오는 11일부터 19일까지 순위 결정전을 치른다. A매치 데이 기간 중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전체 리그 일정이 뒤로 밀린 터라 이 기간 중 리그 스케쥴을 잡아놓았다. 김민재와 박지수는 소속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수비 구심점이다.
벤투호는 일찌감치 두 선수 차출 불발에 대비해 대체재를 마련해놓았다. 원두재(울산)와 정태욱(대구)이 빈 자리를 대신할 예정이다.
벤투호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1년 만에 A매치를 경험하는데, 시작도 하기전부터 전력 누수로 인해 고민이 많다. 독일에서 활약 중인 권창훈(프라이부르크)과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독일 방역 규정에 따라 15일 멕시코전만 뛴 뒤 소속팀으로 복귀해야한다.
왼쪽 측면 수비에도 구멍이 뚫렸다. 김진수(알 나스르)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엔트리에서 빠진 데이어 홍철(울산)도 전북 현대와 FA컵 결승 2차전에서 무릎과 발목을 다쳐 뛸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