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어려울지 몰라도, 모든 감독과 팀의 목표는 '우승'이다. 그 지점까지 가는 과정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싶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김원형(48) 신임 감독이 정식으로 새 출발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팀 구성원이 많이 바뀌어서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막상 선수들과 상견례를 해보니 내가 올 시즌도 이 팀에 몸담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벌써 적응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 투수코치로 일한 김 감독은 6일 SK와 2년 총액 7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2억5000만원)에 사인해 선수단의 새 수장이 됐다. 두산의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던 시기지만, 대승적 배려 속에 유니폼을 바꿔 입고 9일 처음 출근했다. SK는 "구단 창단 멤버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 신임 감독은 그동안 SK, 두산, 롯데 자이언츠 등 3개 구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SK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팀 분위기 쇄신과 재건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무거운 짐을 맡았다.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19년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SK는 올해 9위까지 추락해 창단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4년간 다른 팀 코치로 SK를 상대했던 김 감독은 "밖에서 봤을 때 전체적으로 안타까운 점이 많았다. 그동안 좋았던 시즌도 있고, 좋지 않은 시즌도 있었지만, 올해는 특히 안 좋은 점이 훨씬 많이 보인 시즌인 것 같다. 그래도 지난해까지 2년간 강팀이었으니 희망은 품고 있다. 일단 선수들이 올 시즌을 잊고 마음을 바꿔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면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근차근 팀을 일으켜 세워야 할 시기다. 김 감독은 현재 진행 중인 마무리 훈련에서 선수들을 차분하게 살펴본 뒤 내년 스프링캠프 중반까지는 다음 시즌 운영 구상을 마칠 생각이다. 베테랑과 주전 선수들은 물론이고, 경험이 일천한 젊은 선수들까지 모두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1차 목표다.
김 감독은 "나는 기본적으로 과묵하지만, 선수들에게 내 생각을 주입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운동선수로서의 기본, 운동장에서 확실하게 해야 하는 것들, 프로 선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 예의와 바른 사생활 등을 늘 강조한다. 하루하루가 충실히 쌓이면 시즌이 끝났을 때 분명히 결과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또 선수들이 (12월과 1월에 걸친) 비활동기간 동안 스스로 철저하게 몸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물론 "우리 팀은 전력 보강이 분명히 필요하다. 구단과 얘기를 잘해서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을 취임 선물로 받고 싶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감독으로서 원대한 목표도 세우지 않는다. 그저 "많은 경기에서 이기는 게 나의 첫 번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선수 때부터 승부욕을 갖고 야구를 했고, 경기에 이겨야 팀 분위기도 좋아진다. 모든 선수가 자신의 기본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경기를 운영하면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또 선수들이 끈끈하게 물고 늘어지는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이기기 위해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