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적재가 돌아왔다. 기타리스트이자 세션으로 쉼 없는 활동을 펼쳐온 그이지만 가수로서의 공백은 길었다. 앨범 형태론 무려 3년 8개월만. '별 보러 가자'로 히트한 이후 오랜만에 신보를 꺼낸 그는 "히트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들어보고서 당신의 좋았던 2006년을 떠올리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음반을 기점으로 적재는 본연의 모습을 마음껏 드러내기로 했다. 올해 아이유 세션에서 나온 것도 비슷한 이유다. 2008년 정재형 세션을 시작으로 연예계 일을 시작했다는 그는 "여러 가수와 함께하면서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들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를 좋아해주는 팬들에게 세션 활동으로 인해 제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들이 생겨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더는 세션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젠 적재만을 위한 공연으로 팬들을 만날 차례. 코로나 19라는 거대한 걸림돌이 있지만, 적재는 언제든 팬과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겠다는 약속을 더 했다. -3년 8개월 만에 앨범을 내는 소감은.
"그동안 OST 작업하고 싱글도 내고 그러다 보니까 앨범 형태론 오랜만에 찾아뵙게 됐다. 싱글을 낼 때는 음악적으로 도전하고 싶어서 여러 사람과 협업하기도 했는데 이번 음반 '2006'은 최대한 내 손길로 꾸렸다. 내가 잘할 수 있고 가장 나 다운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으로 만든 앨범이다."
-지금 와서 2006년을 떠올린 이유는. "학교를 빨리 들어가서 06학번이다. 당시 신입생 때 꿈에 그린 대학생활을 해봤다. 전국에서 음악 좀 한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하는 순간들이 기억에 좋게 남아 있다. 돌이켜봤을 때 내가 가장 순수하고 예뻤던 시간이었구나 하는 그런 생각에 노랫말을 써봤다. 사람 눈빛이 반짝이는 만화 같은 순간을 그 당시 경험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날씨가 굉장히 좋았던 날 교수님이 야외수업을 제안했다. 학교에 텔레토비 동산이라 부르는 곳에 모여서 다들 노래하고 기타연주하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게 내가 꿈꿨던 대학생활이었다."
-그때와 지금이 어떻게 달라졌나. "4년 전보단 밝아졌다. 그 당시에는 항상 연습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일찍 학교에 들어갔기 때문에 더 실력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이 컸다. 형 누나들과 비교하고 밤새워서 연습했다. 지금은 기타리스트로 자리도 잡고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면서 조금 편안하다. 그래도 부족한 면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극한으로 밀어 넣는 좋지 않은 감정들은 컨트롤할 수 있게 됐다. 슬럼프나 우울감을 덜어낼 수 있고 때로는 아닌 척할 수도 있다."
-학교 동기 반응은 어떤가. "딕펑스 김현우 형한테 들려줬다. 같이 학교 다니던 시절에 쓴 노래라고 말해줬다. 별 말은 안하더라. 형이 운전하고 있고 나는 옆에 탄 상태였는데, 낯간지러워서 그런지 몰라도 별말 없었다. 학교 생각난다고 이야기했다. 반이 달라서 수업을 같이 들은 건 아니었다."
-노래 작업 기간은. "곡별로 따지면 오래 걸린 건 2~3년까지도 된다. 이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시작한 건 작년 말이다. 타이틀곡은 원래 다른 노래였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고 이야기해볼수록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와닿는다 생각. 결국에는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안테나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작업과정에 있어 변화도 있나. "안테나와는 앨범을 다듬는 과정부터 함께했다. 노래를 다시 녹음하고 편곡을 다시하는 정도였다. 앨범을 포장해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나는 음악만 고민하면 되는 상황이다. 편안한 환경이 가장 많이 바뀐 것 같다. 음악 외적인 것들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또 유희열 형님이 있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어딘가 회사를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안테나가 1순위였다." -아이유 세션을 그만두면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적재의 공연을 보러 다니는 팬 입장에서 내가 다른 가수의 기타세션으로 있는 것이 어떤 마음일까 생각해봤다. 아이유와도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이유가 올해 큰 투어를 하니까 이것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기로 했었는데, 코로나 19로 공연을 할 수 없게 됐다. 모든 게 취소되고 있다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아이유 특집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공연을 마지막으로 하기로 했다. 의미있는 12주년에 공연하기 때문에 더 좋았다. 아이유도 작별인사를 하자고 말해줬다. 사실 세션은 음악으로 처음 돈을 벌게 해준 직업이다. 라이브세션하면서 얻는 희열이 대단하다. 아티스트별로 무대가 대단하다. 특히 아이유는 남다른 애착이 있는 가수다. 하지만 싱어송라이터로 내 무대에 집중하기 위해 하나만 선택해야 했고, 아이유도 잘 이해해줘서 기분좋게 서로 마무리를 하게 됐던 것 같다."
-앞으로의 활동은 가수로서만 하는 건가. "무대는 내 무대로만 보여드릴 생각이다. 기타리스트로서는 계속 활동할 것이다. 외부와의 작업은 내 음악을 만드는 또다른 원동력이다. 다른 장르로 얻는 아이디어가 내 음악에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다. 내 음악만 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끝까지 잘 유지해 나가려고 한다."
-최근에는 하성운 음반에 기타로 참여했다. "보통 기타 연주 의뢰가 들어오면 시간이 허락하는한 하려고 한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음악들은 수락하는 편이다. 잘한다는 것이 주관적인데 기타가 주가 되는 음악, 말랑말랑한 장르 이런 것들 같다."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는. "아이유한테 많은 걸 느꼈다. 대형가수였을 때 만났지만 그럼에도 매년 발전했다. 엔터테이너이면서 음악적으로도 발전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이유는 그랬다. 그런 사람을 본적이 없다. 투어도 매년 점점 커지고, 히트곡도 많아지고, 명곡도 많고 그러면서도 음악에 대한 고민들도 멈추지 않는다. 스태프도 잘 챙긴다. 이 사람은 스타구나 느꼈다."
-지금까지 활동을 돌아본다면. "뒤를 돌아볼 시기는 아니라 생각한다. 첫 앨범을 할 때도 자유롭게 음악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흘러왔다. 그게 어떻게 보면 내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물흐르듯 하다보면 시간이 흐르고 언젠가 돌아볼 수 있을 때가 될 것 같다."
-'별 보러 가자'같은 히트곡이 또 나올까. "박보검 덕분이다. 리메이크 전에는 묻혀가는 앨범이었는데 덕분에 많은 분들이 알게 됐다. 곡이 유명해져서 운이 좋았다. 이번 앨범으로 깨고 싶은 마음은 없다. 워낙 내 생각보다 잘됐다. '별 보러 가자'라는 노래는 이제 내 일부처럼 느껴진다. 신보가 잘되면 좋겠지만 난 하고 싶은 말 다 했고, 더이상 꾸미고 싶은 것이 없는 만큼 대중도 그에 맞게 반응해주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