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이 GS그룹의 ‘투톱’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GS리테일이 GS홈쇼핑을 품고 통합법인 출범을 선언하면서 허 부회장이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지난 1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하면서 온·오프라인 ‘유통 공룡’의 탄생을 알렸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GS리테일이 되고, GS홈쇼핑 주식 1주당 GS리테일 신주 4.22주가 배정되는 방식이다. 합병 후에도 GS25와 GS샵 등 기존 브랜드들은 그대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허 부회장은 허태수 회장처럼 올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내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핵심 리더로 꼽히며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2인자’다. 꾸준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힘써왔던 그는 지난 3월 GS리테일 주주총회에서 “업태를 초월하는 초격차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 모든 유통구조를 강화해 운영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초격차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합법인의 자산만 9조원이고, 연간 매출액만은 15조원에 달한다. 허 부회장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온·오프라인의 통합 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2025년 매출 목표를 25조원을 내다보고 있다. 허 부회장은 양사 임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불확실하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시기에 두 회사의 사업역량을 한데 모아 더 큰 고객 가치를 만드는 일에 함께 매진하자"고 말했다.
GS리테일은 이번 합병으로 편의점 GS25 점포 1만5000여 개, 슈퍼마켓 GS더프레시 320여 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등 오프라인 유통망에 GS홈쇼핑의 온라인 커머스 역량을 더해 강력한 온·오프라인 유통 네트워크를 형성할 전망이다. 멤버십 회원만 GS리테일 1400만명, GS홈쇼핑 1800만명에 달한다.
GS그룹은 이번 합병으로 치열한 유통업계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S리테일은 그동안 점포 수 정체와 비대면 소비 확산 등에 따라 온라인 커머스 확대를 시도해 왔다. GS홈쇼핑은 또 TV 시청인구가 줄어드는 대신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이 심화하자 역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었다.
GS리테일 통합법인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유통 채널을 통합해 올해 2조8000억원 규모인 모바일 커머스 채널 취급액을 7조원까지 끌어올려 ‘디지털 시대’의 청사진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허 부회장은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넷째다. 지난해 GS25가 경쟁사 CU를 따돌리고 편의점업계 1위에 올라설 수 있도록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범 17년 만이었다. GS25의 점포당 매출이 6억7000만원으로 CU의 평균보다 8000만원가량 많았다. 또 국내 브랜드인 GS25는 해외로도 뻗어 나가고 있다. 베트남 성공을 시작으로 몽골에도 진출했다. 이를 발판으로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GS리테일에서 보여준 허연수 부회장의 리더십은 검증됐다"며 "또 GS그룹의 세대교체 적임자로 주목받고 있다. GS그룹의 투톱 체제가 공고해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