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22)가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준우승해 이 대회 사상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을 냈다. 남자 골프 세계 1위 더스틴 존슨(35·미국)은 생애 첫 마스터스 정상에 올랐다.
임성재는 16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끝난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로 3타를 줄였다. 1~4라운드 합계 15언더파를 적어낸 임성재는 캐머런 스미스(호주)와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임성재와 챔피언 조에서 경기를 치른 존슨은 버디 6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마스터스 역대 최소타 기록(합계 20언더파)으로 우승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했던 존슨은 마스터스 열 번째 출전 만에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메이저 대회에선 2016년 6월 US오픈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3라운드에서 존슨에 4타 뒤진 공동 2위를 기록한 임성재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를 챔피언 조에서 치렀다.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갔다. 2번 홀(파5)에서 첫 버디가 나왔고, 3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이고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선두 존슨과 차이는 한때 1타 차까지 좁혀졌다. 그러나 6번 홀(파3) 퍼팅에 이은, 7번 홀(파4)의 벙커샷 실수로 연이어 보기를 범해 차이가 벌어졌다. 존슨은 13~15번 홀에서 3개 홀 연속 버디로 20언더파를 채우면서 쐐기를 박았다.
임성재는 준우승으로 상금 124만2000달러(13억8000만원)를 벌어들였다. 이 대회 준우승은 최경주(50)가 2004년 거둔 단독 3위를 넘은 아시아 선수 마스터스 최고 성적이다. 최경주는 2004년 3위를 비롯해 2010년 공동 4위, 2011년엔 공동 8위 등 마스터스에서 3차례 톱10에 올랐다. 일본 간판 마쓰야마 히데키는 2015년 5위, 2016년 공동 7위까지 올랐다.
최종 라운드 챔피언 조에서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게 가장 큰 성과다. PGA 투어에 데뷔한 2018~19시즌 신인왕, 2년 차였던 2019~20시즌 페덱스컵 랭킹 5위에 올랐던 그는 이번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준우승으로 또 한번 큰 족적을 남겼다. 임성재는 경기 후 “1, 2라운드를 상위권에 있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는지 공동 2위로 마무리해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면서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갤러리가 없어서 긴장은 덜 됐다. 그래서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PGA 투어 개인 통산 24승을 거둔 존슨은 세계 1위로는 2002년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18년 만에 마스터스를 제패한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자가 격리와 치료 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그는 우승을 확정한 뒤 아내 폴리나 그레츠키와 입맞춤하며 자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