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NC 감독은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1차전 선발 투수로 루친스키를 예고했다. NC는 일찌감치 루친스키를 1차전 선발로 내정해 KS를 준비해왔다.
가장 믿을 만한 선수다. 올 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무려 19승(5패)을 따냈다. KBO리그 다승 2위. 평균자책점도 3.05로 준수했다. 루친스키의 강점은 투구 레퍼토리다. 시속 150㎞까지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에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커브, 포크볼까지 다양하게 던진다. 특정 구종을 편식하지도 않는다. 제구까지 갖췄다.
KS 등판을 앞둔 루친스키는 "정규시즌에선 소망한 대로 1위를 지켜서 좋았다. 팀원 모두가 열심히 해 만든 성적이다. KS 끝까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루친스키는 두산전에 강했다. 올 시즌 3경기 선발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했다. KBO리그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에는 4경기 평균자책점이 0.90에 불과했다. 최근 2년 두산전 7경기 평균자책점이 1.88(48이닝 10자책점)이다. 통산 성적을 보면 박건우(11타수 4안타)·허경민(11타수 4안타)에 약했지만, 김재호(17타수 3안타)·오재일(17타수 3안타)·페르난데스(21타수 3안타)·김재환(22타수 3안타)·박세혁(12타수 1안타)은 압도했다. 만약 17일 KS 1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다면 정규시즌 19승을 더해 '20승 고지'를 밟을 좋은 기회이다.
루친스키는 "19승 달성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동료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만들기 힘든 숫자"라며 "20승에 대한 큰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1선발이라는 걸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던지겠다. 선발로 이닝을 길게 끌고 가고 싶은데 타자들이 도와주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KS도 정규시즌과 똑같은 경기라고 생각하고 내 모습대로 잘 던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결전지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규시즌 일정이 한 달 이상 미뤄져 플레이오프(PO)부터 고척돔 중립경기로 열리고 있다.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NC는 홈구장인 창원 NC파크에서 KS를 치르지 못한다. 루친스키는 "고척돔은 비로 경기가 취소될 걱정이 없고, 바람도 불지 않는다. 날씨 영향을 받지 않는 구장이라 좋다"며 반겼다.
이동욱 감독은 KS 미디어데이에서 1·2차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6년 KS에서 두산을 만나 4전 전패로 탈락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이동욱 감독은 1군 수비코치로 김경문 감독을 보좌했다. 그는 "당시 1차전에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내줘 분위기가 두산에 넘어갔다. 올해 KS 1·2차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년 전 악몽을 설욕하기 위해선 루친스키의 기선제압이 필요하다.
두산은 라울 알칸타라(28)로 맞불을 놓는다. 알칸타라는 올해 정규시즌 20승을 기록한 다승왕이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에 포크볼, 슬라이더를 섞는 투구 레퍼토리는 타자들이 알고도 속는 조합이다.
포스트시즌에선 안정감을 되찾았다. 경기 전 목에 담 증세를 느꼈던 지난 5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선 4⅓이닝 6피안타(3피홈런) 4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몸 상태를 추스른 12일 KT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선 7⅔이닝 7피안타 5탈삼진 3실점 하며 호투했다. 그에게 KS 1차전까지 나흘 휴식이 보장됐다. 알칸타라는 시즌 NC전 4경기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2.63으로 상대 전적은 준수하다. 권희동(12타수 6피안타)에 약했고, 나성범(9타수 무안타), 강진성(8타수 무안타)에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