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으로 위상이 높아진 한국이 코로나19 백신 생산기지로 주목 받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코로나19 유행 속 고품질의 의약품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시설을 갖췄다고 인정받은 덕분이다.
1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들어서만 두 곳의 다국적제약사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위탁생산(CMO) 계약을 했다. 지난 4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이어 5월에 일라이릴리와 계약을 성사, 최근 초기 물량을 전달했다. 특히 릴리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는 고객사로부터의 기술이전 기간을 대폭 단축해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었다. 릴리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환자의 혈액에서 항체를 추출해 만든 의약품으로 지난 1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그동안 쌓아온 백신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다국적제약사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생산 계약을 잇달아 따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7월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CMO 계약을, 8월에는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연이어 맺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시험에 필요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고 향후 상업용 생산에도 대비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위해 안동 백신공장 L하우스의 연간 생산량을 기존 1억5000만 도스(dose·1회 접종분)에서 3배 이상인 약 5억 도스까지 확대했다.
GC녹십자 역시 다국적제약사에서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기로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합의했다. CEPI는 이미 GC녹십자에 2021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코로나19 백신 CMO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 기간 GC녹십자를 통해 5억 도스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세계 최초로 승인된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역시 국내 바이오 기업 지엘라파에서 일부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대규모 설비와 높은 기술력으로 해외와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 생산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안정적으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의 방역 수준을 갖춘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