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연속 한국시리즈(KS·7전4승제)를 지휘하는 김태형(53) 두산 감독의 육감이 말한다. '베테랑 공략에 우승이 달려있다'고.
두산은 17일 열린 KS 1차전에서 NC 불펜진 공략에 실패하며 3-5로 졌다. 역전의 기회가 있었다. 1-4로 뒤진 6회 초 1사 1·2루에서 두산 박세혁이 적시 2루타를 치며 추격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후속 타자 김재호와 정수빈이 NC 베테랑 투수 김진성(35)에게 연속 범타로 물러났다.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두산은 3-4로 추격한 8회 초 1사 1루 기회에서도 바뀐 투수 임창민(35)을 넘지 못했다. 오재일이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들어온 6구 포크볼에 배트를 헛돌리며 삼진을 당했다. 후속 타자 박세혁도 포크볼을 공략하지 못하고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9회 초 NC 마무리투수 원종현(33)을 상대한 김재호·정수빈·박건우는 모두 땅볼 아웃됐다.
김진성은 올 시즌 두산전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했다. 피안타율(0.333)도 높았다. 임창민은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이 5.26이다. 두산으로서는 불펜 공략이 수월해 보였다. 그러나 김진성과 임창민은 시속 140㎞대 중반까지 찍히는 묵직한 직구, 낙차 큰 포크볼을 앞세워 고비마다 두산 타선을 제압했다. 이동욱 NC 감독은 "1차전이라는 압박감을 고려해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투수들을 믿고 내세웠다"고 했다.
김태형 감독은 NC 베테랑 투수들의 임무 완수가 놀랍지 않다. "두산의 불펜 전력이 우위"라는 외부 평가도 동의하지 않는다. 경험이 많은 NC 투수들이 체력을 충전했기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은 1차전 종료 후 인터뷰에서 "김진성과 임창민을 정규시즌 기록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베테랑들은 정규시즌 막판 구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KS에 직행하며) 충분히 쉰 덕분에 구속이 2~3㎞ 더 나온다. 경험이 많은 투수들이고 (포수) 양의지와의 배터리 호흡도 좋기 때문에 공략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태형 감독은 16일 열린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NC보다 많은) 경험을 살려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지난 5시즌(2015~19년) 연속 KS를 치르며 쌓인 두산 선수단의 '빅게임' 경험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같은 이유로 상대 팀 베테랑들을 경계하고 있다.
KT와의 플레이오프(PO)에서도 그랬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타격 4관왕 멜 로하스 주니어, 신성 거포 강백호보다 데뷔 16년 차 베테랑 야수 유한준(39)과 18년 차 박경수(36)를 더 조심했다. 포수 박세혁을 향해 "베테랑 타자들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들어오는 변화구 실투를 놓치지 않으니 빠른 공으로 유인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유한준과 박경수에게 멀티 출루를 허용한 2차전 뒤에도 "워낙 수 싸움이 좋은 타자들이기 때문에 (둘을 잡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 포수의 투수 리드를 평가할 순 없다"고 말했다.
두산의 경계 대상은 NC의 베테랑 불펜이다. 두산 타선은 PO부터 KS 1차전까지 득점력이 저조했다. 경기 후반까지 박빙으로 흐르는 양상이 많기 때문에 불펜을 공략해야 승리할 수 있다. 향후 시리즈에서 김태형 감독이 어떤 반전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