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에 이어 기아차 노조까지 파업을 결정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도미노 파업'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업계에서는 고용이 안정된 완성차 정규직 노조가 협력업체와 업계 전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습관성 파업’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는 오는 24~27일까지 나흘간 매일 주·야간 4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파업 인원은 기아차 광주공장 근로자 6800여 명 중 필수 인원을 제외한 65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배분' '정년 60세에서 65세 연장' '통상임금 확대 적용' '잔업 복원' '노동이사제 도입' '전기차 핵심 부품 생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지난 3~4일 이틀간 노조원 찬반투표를 통해 과반이 넘는 73% 찬성을 통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이번 부분파업은 전기차 생산라인 전환 시 인력감축에 따른 일자리 축소 우려가 쟁점이다.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지회는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 도입 시 기존 인력을 30~40% 감축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재확산 우려가 높아지는 와중에 부분파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노조는 파업을 철회하고 교섭을 통해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GM 노조는 지난 10월 30일과 지난 2일에도 4시간씩 파업을 단행했고, 6일과 9~10일에 이어 11~13일 각각 4시간씩 파업에 나선 바 있다. 지난 17~20일에는 네 번째 부분 파업을, 오는 23일부터는 다섯 번째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한국GM 노조는 총 15일간 부분 파업을 이어가게 됐다.
한국GM은 올해 임단협에서 2년 주기 임금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가 부분 파업을 강행하자 한국GM은 이달 초 부평공장에 투자하기로 한 1억9000만 달러(약 21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맞섰다. 노조의 부분파업이 지속하면서 GM의 한국 철수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GM과 기아차의 연쇄 파업을 두고 업계에서는 협력 업체를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인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은 최근 호소문을 내고 “완성차 업계의 연이은 파업이 현실화하고, GM의 한국 사업 철수설까지 나오면서 경제 회복의 가느다란 희망마저 철저히 무너지는 듯한 참담한 심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완성차 협력업체인 많은 중견기업이 쏟아내는 ‘살려달라’는 절규는 처절한 현실이자 절박한 구조 요청”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파업에 찬성한 73.7% 기아차 노조의 목소리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상징하는 부끄러운 숫자로 기록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기아차 노조 측은 “작년에 큰 경영성과를 냈고,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조원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교섭이 진척되지 않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노조는 할 수 있는 부분을 다할 것이며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