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53) 두산 감독이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4차전 종료 뒤 남긴 이 한 마디는 두산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담고 있다. 주축 불펜투수가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며 뒷문이 헐거워졌고, 반등한 줄 알았던 타선 공격력은 다시 차갑게 식었다.
두산은 21일 열린 KS 4차전에서 NC에 0-3으로 패했다. 승부처에서 밀린 뒤 만회하지 못한 탓이다.
김태형 감독은 0-0 동점이던 6회 초, 선발투수 김민규가 1사 뒤 이명기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출루를 허용하자 바로 이영하(23)를 투입했다. 이 교체는 실패했다. 이영하는 첫 타자 나성범을 2루 땅볼 처리했지만, 2사 2루에서 상대한 양의지에게는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구사한 컷 패스트볼(커터)이 가운데로 몰렸다.
이영하는 이어진 2사 2루 위기에서 폭투로 주자의 진루를 허용한 뒤 타자 강진성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줬다. 김태형 감독은 이닝 두 번째 실점이 나온 뒤, 투수를 김강률로 교체했다. 경기 뒤에는 "양의지와 너무 쉽게 승부를 했다"고 이영하의 경기 운영을 꼬집었다.
이영하는 18일 열린 KS 2차전에서도 난타를 당했다. 두산이 5-1로 앞선 9회 말 마운드에 올랐지만, 안타 2개·볼넷 1개를 내주고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애런 알테어와 강진성에게도 연속 안타를 맞고 3실점 했다. 바로 강판당했다. 두산은 김민규가 후속 두 타자를 삼진과 땅볼 처리하며 간신히 승리했지만, 이영하의 난조는 큰 고민을 안겼다.
결국 이영하는 사실상 마무리투수 자리에서 물러났다. 3차전에서는 두산이 1점 차 리드(7-6)로 9회 수비에 돌입했지만 등판조차 못 했다. 8회 초 1사에 투입된 이승진이 9회 초 1이닝도 막았다. 경기 뒤 김태형 감독은 "1점 차에서 이영하를 투입하기가 부담스러웠다"며 투수 운영 배경을 설명했다. 이영하는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롱릴리버' 역할을 기대받고 나선 4차전도 무너졌다.
두산 불펜진은 비상이다. KS 1~4차전 모두 등판한 이승진은 체력 저하가 두드러진다. 피안타가 많다. 베테랑 김강률은 4차전 투구 도중 허벅지 근육 경련 증세로 강판됐다. 이영하는 활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타선 침체다. 두산은 4차전에서 3안타를 기록했다. 모두 김재호가 생산했다. 다른 타자들은 무안타에 그쳤다.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는 안 쓰면 된다. 다른 투수들은 괜찮다. 문제는 계속 나가야 하는 타자들이다. 페이스가 떨어져서 고민이다"며 타자들의 컨디션 저하를 심각하게 바라봤다.
KS 1~4차전에서 3할 타율 이상 기록한 두산 주전 야수는 김재호(0.583)와 정수빈(0.333)뿐이다. 4번 타자 김재환은 0.063, 주전 우익수 박건우는 0.083다. 정규시즌 주로 하위 타선에 나서던 김재호가 6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점(13개) 중 46.1%를 책임졌다.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득점 과정도 답답하다. 적시타는 5개(6득점)뿐이다. 김재호가 3개. 나머지 득점은 홈런(3개)·희생타·상대 실책 덕에 얻었다. NC 내야진은 매 경기 실책을 범하며 마운드 위 투수를 지원하지 못했다. 두산 타선은 그 틈을 공략하지 못했다.
두산은 23일 열리는 5차전 선발투수로 크리스 플렉센을 예고했다. 플렉센은 18일 2차전 선발등판에서 6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지만, 투구 내용은 좋지 않았다. 구위는 떨어지고,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았다. 수비 도움을 많이 받았고 운도 따랐다. 10·11월 강행군 탓에 경기 체력이 고갈되는 것도 당연하다.
플렉센이 이전 등판보다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타선의 넉넉한 득점 지원이 꼭 필요한 이유다. 흔들리고 있는 뒷문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김태형 감독은 주축 좌타자들이 동반 침체한 9월 중순에도 "좌타자 4명 중에서 2명은 맞아야(타격감이 좋아야) 하는데 모두 고전하고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두산이 6위까지 떨어졌던 시점이다. 당시 타자들은 10월 이후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다. 순리대로 말이다. 그러나 다시 타격 사이클이 하향 곡선이다. 남은 KS는 최대 3경기다. 특별한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