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마라도나는 마흔 살 즈음 요양을 위해 쿠바에 머물며 하루 2라운드씩 골프를 했다. 그는 “하루도 골프 없이 지내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마라도나는 축구화를 신은 채 골프공으로 리프팅을 잘 했다. 그러나 "골프채로 치기엔 공이 너무 작아 힘들다"고 했다. 또 "그래서 재미있다"고 했다. 핸디캡은 16이었다. 그는 골프 스윙 동작이 프리킥 슈팅 동작과 비슷하다고 했다.
미국 HBO가 만든 다큐멘터리 ‘디에고’에 따르면 마라도나에게는 두 개의 자아가 있다. 슬럼에서 자란 촌스러운 축구 천재 디에고와 축구 산업을 위해 만들어진 마라도나다.
'디에고'는 가족을 빈곤에서 구해내기 위해 공을 찼다. 반면 '마라도나'는 팀과 팬의 기대를 한몸에 짊어진 슈퍼스타다. 현실 속 디에고와 신화 속 마라도나는 갈등했다. 마라도나는 수줍음 많은 디에고를 어디든 끌고 다녔다.
현기증 나는 관중의 환호와 명성, 때로는 마약과 마피아, 미녀 앞으로. 마라도나는 디에고를 결국 어둠 속으로 끌고갔다. 그러나 그는 “마라도나가 없었다면 디에고는 빈민가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 벌타를 주는 ‘정직한’ 골프와 달리, 축구는 속임수의 경기일 수 있다. 오른쪽으로 드리블하는 척하면서 왼쪽으로 가고, 왼쪽으로 차는 척하면서 오른쪽으로 슛한다. 마라도나는 머리가 아주 좋았기 때문에 그걸 잘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 잉글랜드전이 그런 그를 가장 잘 규정한 경기였다. 그 유명한 ‘신의 손’ 골이 나왔고, 3분 뒤에는 수비수 5명을 제치고 70야드를 돌파해 득점했다.
‘신의 손’ 골 당시 마라도나의 연기가 너무도 유려해 심판 등 대부분이 속았다. 두 번째 골은 20세기 위대한 골 중 하나로 꼽힌다. 한 경기에서 나온 두 골이 마라도나와 디에고라는 그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오프라 윈프리는 “명성을 얻으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마라도나는 명성을 얻은 후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꼴찌팀 나폴리를 우승으로 이끌 때는 용서가 됐다. 하지만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홈팀 이탈리아를 꺾자 모든 상황이 뒤바뀌었다.
우즈의 원래 이름은 엘드릭이다. 조용하고 똑똑한 아이였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타이거라는 이름을 붙여 전사로 키웠다. 우즈 안에서도 엘드릭과 타이거라는 두 개의 자아가 갈등했다.
엘드릭은 학교에서 존재감 없는 아이였다. 하지만 필드에 선 타이거는 자신감 넘치는 스타였다. 그의 여자 친구가 “둘 중 당신은 누구냐”고 물었을 때 우즈는 대답하지 못했다. 스타가 된 후 우즈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했다. 그래서 실수했을 것이다. 200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마라도나를 비춘 빛이 너무 밝아 어둠이 자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우즈도 비슷할 거다. 신의 경지에서 경기를 하던 그들의 실수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게 된다.
우즈는 2017년 허리가 아파 누워 있으면서 비로소 자아와 평화를 찾았다. 마라도나는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 “50대지만 80세보다 많이 경험했다”는 그의 몇 년 전 인터뷰가 그나마 위안이다. 아디오스, 디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