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대한 일간스포츠 보도(“내년에도 회장님이…” KLPGA의 이상한 수상 소감)가 나간 지난 4일 또 다른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시니어 투어인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 중이라고 자신을 밝힌 제보자는 “챔피언스 투어에서도 대상 시상식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제보자는 지난 9월 군산CC에서 열린 호반 챔피언스 클래식 8차전에서 이영미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공동대표 겸 KLPGA 부회장이 선수들에게 이상한 말을 하도록 종용했다고 전했다. 대회 주관방송사인 SBS골프 카메라를 향해 수상자들이 “김상열 회장님 사랑해요”를 외치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SBS골프 한 관계자가 “선수들이 '호반건설 파이팅!'이라고 외치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고 만류하자 이 대표가 넘어갔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시니어 프로는 “누가 시켜서 한 것인지, 아니면 충성심에서 한 건지 모르겠지만, 상황이 매우 불편했다”고 말했다.
김상열 KLPGA 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총회에서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부회장, 전무이사 등 집행 임원을 대의원 선출제에서 회장 지명제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꺼내 들었다. 당시 김 회장은 “수석부회장 선거 때마다 대인관계가 좋고, 밥 잘 사주는 사람을 뽑는 등 소위 '힘의 논리'가 지배했다. 이 폐단을 막고 균형과 견제를 이루고 싶다”며 정관 개정을 밀어붙였다. 일부 대의원이 “정관이 개정되면 집행 임원이 될 수 있는 이사들이 회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회장에게 잘 보이려고만 할 것”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김 회장은 회장직 사퇴 불사라는 초강수를 던지며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개정된 정관은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을 반려했을 만큼 문제점이 있었다. 문체부는 ‘이사회 이사는 회장의 권력 독식 구조를 막는 역할을 한다. 주요 임원이 선출직에서 임명직으로 바뀌면 회장에게 권력이 집중될 여지가 있다’고 반려했다. 그러자 협회는 ‘회장이 집행 임원을 지명해 선임한다’는 내용을 ‘회장이 지명하고, 이사회 동의를 얻어 회장이 선임한다’고 문구를 살짝 바꿔 문체부의 승인을 얻었다.
'김상열 라인'은 올해 더 공고화됐다. 김 회장은 지난 4월 이사회를 통해 수석부회장 김순미, 부회장 이영미, 전무이사 김순희를 지명했다. 그리고 3월 열린 이사 선거에서 탈락한 김경자 KLPGA 전 전무이사를 KLPGT 이사로 지명해 다시 협회 행정에 참여시켰다. 당시 업계에서는 김상열 회장의 말을 잘 듣는 이사들 중에서 집행 임원을 선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5월 KLPGA의 자회사인 KLPGT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KLPGA는 올해 초 사단법인인 KLPGA와 주식회사인 KLPGT의 분리를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그 카드 중 하나가 전문경영인 영입이었다. 그러나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뽑겠다고 공개모집을 해놓고는 내부 인사(강춘자, 이영미)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이영미 KLPGA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 응모하지 않고도 공동대표에 선임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KLPGA 김순희 전무이사는 “김 회장이 공동대표 건을 긴급 발의했고, 이사회가 결의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공모에 참여했던 한 외부 인사는 “공모는 왜 했나. 외부인을 들러리로 세워 짜고 친 고스톱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회장은 지난 2017년 3월 KLPGA 13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깨끗하고 투명한 협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회장 취임 후 협회 행정은 더 폐쇄적이고, 독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사회는 무력화됐고, 대다수 이사가 회장의 친위대로 나서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강춘자 KLPGT 대표이사와 김순미 KLPGA 수석부회장이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상열 회장의 연임을 위해 뛰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KLPGA의 한 이사는 “회장과 집행 임원이 결정하면 위에서 아래로 통보하는 식으로 이사회가 열린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