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원투 펀치'가 해체됐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최고의 피칭을 뿜어낸 크리스 플렉센(26)이 미국으로 돌아간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는 "플렉센이 2년 총액 475만 달러(51억원)에 시애틀과 계약했다"고 10일(한국시간) 전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의 버스터 올니 기자는 개인 SNS를 통해 "플렉센은 2021년 연봉 140만 달러, 2022년 275만 달러를 받는다. 사이닝 보너스는 60만 달러다. 2022년 150이닝 이상 던지거나, 2021~22년 합계 3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 자동으로 2023년(연봉 800만 달러) 계약이 이뤄진다"라며 구체적인 내용까지 밝혔다.
플렉센은 2020 정규시즌에서 8승4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왼발 부상 탓에 두 달 동안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9월 복귀 후 이전보다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5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1.91(28⅓이닝·6실점)을 기록했다.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됐다. 두산도 재계약 의사를 전했지만, 빅리그 재도전 기회를 얻은 선수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2020 정규시즌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28)도 일본 무대 진출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스포츠 매체 '스포츠닛폰'이 10일 "여러 구단이 쟁탈전을 벌이고 있지만, 영입전에서 한신이 가장 앞섰다"고 보도했다.
한신은 2020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이자, KT 외국인 타자였던 멜 로하스 주니어(30)를 영입한 팀이다. 로하스에게 2년 총액 550만 달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대우를 제시했지만, 일본 구단과의 '머니 게임'에서 밀렸다. 알칸타라의 선택도 로하스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산과 KT 모두 외국인 선수 구성의 '플랜A'는 무산됐다. 영입 리스트를 면밀히 살피며 차선책을 강구하고 있다. 두산은 2019시즌 종료 뒤에도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했다. 플렉센과 알칸타라 모두 두산에서 안착했다. KT의 해외 스카우트팀의 역량도 매년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다.
외국인 선수 이탈이 FA(자유계약선수) 영입전에 변수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량이 검증된 선수 이적으로 생긴 불안정성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전력 저하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내부 FA가 많은 두산이 처음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 테이블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투수와 타자, 재계약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T는 최근 관심을 갖고 있던 FA 선수들의 몸값이 너무 올라 관망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로하스를 위해 준비한 자금을 외부 FA에게 당장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어쨌든 KT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팀 홈런 28.8%(163개 중 47개)를 기록한 로하스가 이탈해 생긴 공백을 다른 방법으로 메워야 한다는 시선이 많다. FA 협상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