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가가 얼어붙자 신작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어렵게 만든 소중한 작품을 요즘 같은 시국에 선보일 수 없다는 판단 아래서다. 사실상 '스톱' 상태인 극장가이지만, 활발히 관객과 만나고 있는 작품들이 있다. 이른바, 아이돌 배우들의 주연작이다. 12월에만 세 편이 개봉했거나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연기력을 떠나, 이들의 데뷔작이 혹평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틴탑 니엘의 첫 주연작 '스웨그(임성관 감독)'는 지난 10일 개봉했다. 스타일리시 뮤직 드라마라 '자칭'한 이 영화는 래퍼 지망생으로 등장하는 니엘을 중심으로 세 청춘의 꿈과 사랑, 열정을 그린다. 니엘을 제외하고는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다. 결국 니엘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며 활발히 마케팅했다.
니엘 팬들을 겨냥한 홍보 전략을 세워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0위에 올랐다. 676명의 일일 관객수를 기록했다. 다음날 10위권 내에서 바로 차트 아웃됐다. 13일까지 나흘간 '스웨그'가 모은 관객 수는 1692명이다. 이처럼 저조한 흥행뿐 아니라 올드한 서사로 영화를 향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치렁치렁 불필요한 이야기 없이 니엘이 노래만 불렀으면 더 나았을 것이란 평까지 받고 있다.
EXID 출신의 박정화와 베리굿 조현이 출연하는 '용루각: 비정도시(최상훈 감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별출연이라는 배우 오지호의 얼굴이 가장 크게 들어간 포스터를 자랑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용루각: 비정도시'. 박정화는 주연에 이름을 올렸고, 조현은 주요 조연으로 홍보 인터뷰까지 임했다.
지난 3일 개봉해 첫날 17위에 올랐다. 이 성적이 '용루각: 비정도시'의 최고 싱적이다. 개봉 9일차인 13일까지 2109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다. 관객은 이 영화를 찾지 않았고, 불필요한 논란만 일었다. 홍보 일정 중 조현 측의 코로나 19 늑장 대응 논란만 개봉 당시 잠시 이슈화됐을 뿐이다.
B1A4 공찬과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 홍은기가 출연하는 영화 '미스터 보스'도 오는 30일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미스터 보스'는 가진 것이라곤 '깡' 하나뿐인 청춘들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남자들의 영화 '바람'(2009)의 조연출을 맡았던 김형기 감독의 데뷔작이다. 공찬과 홍은기의 이름을 내세워 열심히 홍보에 나섰지만 크게 관심은 받지 못하고 있다. 본업 무대에서는 '메이저'였지만, 스크린에서는 '마이너'로 밀려나 버렸다. 첫 주연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작품은 유명 아이돌의 이름값, 유명세를 내세워 IPTV 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누구 누구 출연'이라는 문구 하나만큼 강한 마케팅 포인트가 없을 터인데, 인기 아이돌의 이름은 이 마케팅에 이용하기 알맞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준비가 덜 된 아이돌들의 스크린 도전은 자주 있어왔다. 특히 요즘 같은 시국에 주목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연기력을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