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과 최채흥에겐 가장 위협적인 적군이 이제 든든한 아군이 됐다. 삼성 제공 '선발 듀오' 원태인(20)과 최채흥(25)의 안정적인 성장. 삼성이 기대하는 오재일(34) 영입 효과 중 하나다.
삼성은 14일 FA(자유계약선수) 1루수 오재일과 계약을 완료했다. 영입 경쟁이 과열돼 몸값이 4년 최대 50억원(계약금 24억원, 연봉 합계 22억원, 인센티브 합계 4억원)까지 치솟았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영입에 만족한다. 오재일이 가장 필요했다. 한 명의 선수가 팀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입하지 못할 경우) 우리 젊은 투수들이 갖는 부담이 컸다. 오재일은 원태인과 최채흥에게 정말 골치 아픈 존재였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유독 오재일만 만나면 작아졌다. 오재일은 올 시즌 삼성전 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3(36타수 12안타), 5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0.778)과 출루율(0.419)을 합한 OPS가 1.197에 이르렀다. 특히 삼성 홈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기록한 5경기 타율이 0.389(18타수 7안타)나 됐다.
특히 원태인과 최채흥에게 오재일은 공포 그 자체였다. 올 시즌 원태인의 오재일 상대 성적이 5타수 4피안타 3피홈런 7타점이었다. 피장타율이 무려 2.600. 최채흥도 상황이 비슷했다. 8타수 5안타 1홈런 4타점을 허용했다. 오재일이 삼성전에서 기록한 안타 12개 중 9개를 원태인과 최채흥으로부터 빼앗았다.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가 오재일을 7타수 무피안타로 꽁꽁 묶었다는 걸 고려하면 두 선수의 '오재일 공포증'은 꽤 심각했다.
삼성의 미래로 불리는 원태인(왼쪽)과 최채흥. 두 선수 모두 공교롭게도 오재일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IS 포토 원태인과 최채흥은 삼성의 미래다. 원태인이 2019년, 최채흥은 2018년 1차 지명을 받고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원태인은 지난해 데뷔해 2년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경험을 쌓고 있다. 최채흥은 올 시즌 1군 데뷔 3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10승)를 따냈다.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해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 선발 중 1위였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유독 두산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다. 원태인의 시즌 두산전 평균자책점이 7.30, 최채흥은 9.00이었다. 그 중심에는 오재일이 있었다.
홍준학 단장은 "(오재일을 영입하면서) 선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더라도 이번 계약으로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라며 "원태인은 오재일만 만나면 페이스가 확 떨어졌다. 어떻게 할 수 없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가장 '위험한 적군' 오재일이 이제 가장 '안전한 아군'이 됐다.
삼성은 허경민(두산 잔류)과 최주환(SK 이적)의 거취가 정해지자 오재일 영입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4년 계약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협상 막판 선수가 원했던 계약 기간을 보장했다. 자연스럽게 최대 총액도 50억원을 찍었다. 홍준학 단장은 "오재일을 잡지 못하면 전력 보강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텍사스는 2010년 1월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블라드미르 게레로를 영입했다. 당시 서른다섯 살의 노장과 계약한 이유 중 하나가 '천적 제거'였다. 게레로는 LA 에인절스에서 뛴 2009년 텍사스전 타율이 무려 0.404(57타수 23안타)였다. 게레로를 막지 못한 텍사스는 '지구 라이벌' 에인절스만 만나면 진땀을 뺐다. 게레로 영입으로 전력 보강과 천적 제거라는 두 가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오재일 계약으로 여러 가지 영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원태인과 최채흥의 안정적인 성장도 그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