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땅끝마을 해남을 방문해 직접 딴 배추로 전을 부치고, 김치를 담그는 이마트 영상이 17일 공개된 지 5일 만에 조회 수 43만회(22일 오후 5시 기준)를 돌파했다. 대기업 총수가 유튜브에 출연해 음식까지 만드는 흔치 않은 영상에 “이런 재벌은 처음이야”, “배추가 이렇게 고급스러워 보일 일인가”, “모델료는 안 들겠네” 등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이 영상은 정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기획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집밥 수요가 커지면서 소비자가 요리하는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는 의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배추 외 식자재는 5일장에서 구매했으며, 준비된 식재료를 본 정 부회장은 계획에 없던 배추말이 쌈을 즉석에서 척척 만드는 요리 실력을 발휘했다. 현장에서 사용한 칼과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앞치마 역시 정 부회장이 직접 챙겨간 소품이다. 20여명의 제작팀이 해남까지 동행해 촬영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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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장어조림…정용진 SNS에 오르면 완판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개인 계정을 통해 소비자와 허물없이 소통해온 정용진 부회장이 이달 들어선 이마트와 스타벅스 공식 계정에까지 등장하며 사업 홍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완판남’, ‘키다리 아저씨’, ‘공답(공개답변) 요정’ 등의 별명을 얻으며 인기를 끌고 있는 정 부회장의 개인 인스타그램은 원래 회사 홍보팀이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신세계 그룹 차원에서 ‘SNS 인싸(인사이더)’이자 인플루언서 정용진 부회장의 인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정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메뉴는 연일 완판되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신세계조선호텔의 '삼선짬뽕'은 지난 8월 출시 한 달 만에 2만개 넘게 팔렸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함께 만든 '바닷장어 무조림'은 정 부회장의 SNS에 등장한 뒤 일주일 만에 1만9000팩이 완판됐다. 신세계푸드 자체 브랜드 피코크의 신제품 '진진칠리새우'도 지난 7월 정 부회장이 SNS에 “먹을만함”이라고 리뷰를 올린 당일 네이버 검색량이 전날보다 11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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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에 탁월한 감각
정 부회장은 지난 1일엔 스타벅스 코리아 공식 채널에 등장해 한국 1호 매장 운영 21주년을 축하하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스타벅스 주문 닉네임 ‘와이제이(YJ)’를 공개하고, 이마트 월계점 깜짝 방문 에피소드, 인스타그램 운영 비결 등을 소개했다. 이때 정 부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로 꼽은 '나이트로 콜드 브루'는 2주 만에 판매량이 평소 대비 2.5배 이상 늘었다.
최근 정 부회장의 대중적 인기가 부쩍 높아진 건 ‘못난이 감자’ 덕분이다. 그는 SBS '만남의 광장' 촬영 중이던 백종원 대표 부탁에 상품 가치가 떨어져 판매가 어려운 못난이 감자 30t을 매입했다. 이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못난이 감자로 요리한 감자옹심이 사진을 올리며 직접 홍보도 했다.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한 못난이 감자는 3일 만에 완판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정 부회장은 ‘못난이 고구마’ 300t도 사들이며, 소상공인과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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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강화 '시그널'
정 부회장의 유튜브 진출은 코로나19 여파로 쇼핑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적극적인 소통으로 신세계가 온라인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실제 이마트는 쓱닷컴과 이마트 대표를 겸직하도록 강희석 대표를 지난 10월 인사 발령낸 바 있다. 앞으로 온·오프라인 연계 활동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화된 쇼핑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이마트의 SNS 채널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정용진 부회장이 출연하는 유튜브 영상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최근 기업과 소비자의 친밀성이 브랜드 이미지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의 SNS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는 경영진의 모든 말과 행동을 기업과 연계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