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이 끝난 뒤 키움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제이크 브리검. KBO리그 4년 경력을 뒤로하고 대만 CPBL에서 새로운 출발을 앞두게 됐다. IS 포토 KBO리그 '장수'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32)의 대만 프로야구리그(CPBL) 진출이 임박했다.
외국인 선수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23일 "브리검이 CPBL 라쿠텐 몽키스 구단과 계약한다. 별다른 문제만 없으면 이적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브리검은 올 시즌이 끝난 뒤 키움과 재계약에 실패했다. 보류선수 명단에서도 제외돼 자유로운 이적이 가능했던 상황. KBO리그 내 재취업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별다른 러브콜을 받지 못했다. 새 외국인 투수를 찾는 구단들은 브리검 같은 방출 선수가 아닌 '뉴페이스' 영입으로 방향을 설정해 움직였다.
브리검은 2017년 5월 션 오설리반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됐다. 이후 4년 가까이 히어로즈에서만 뛰었다. 통산(4년) 성적은 43승 23패 평균자책점 3.70으로 준수하다. 2018년에는 199이닝을 투구했고 지난해에는 13승으로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위력적인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수준급 땅볼 유도 능력을 보여줬다.
발목을 잡은 건 '건강'이다. 브리검은 올 시즌 두 번이나 팔꿈치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외복사근 부상에 이어 잔부상이 겹쳐 풀타임 소화에 물음표가 찍혔다. 올해 KBO리그 진출 후 가장 적은 21경기 등판에 그쳤다. 21경기 중 6이닝 이상 투구를 기록한 게 7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107이닝 소화로 규정이닝(144이닝)조차 채우지 못했다. 한동안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에릭 요키시 영입 이후 사실상 두 번째 옵션으로 밀려났다.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LG와 키움의 경기가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키움 선발 브리검이 7회말 LG 김민성이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교체되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0.11.02. 김치현 키움 단장은 시즌 뒤 "(재계약) 고민은 당연히 했다. 브리검은 아프지 않으면 좋은 선수다. 하지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키움은 요키시와 재계약했고 오른손 투수 조쉬 스미스를 영입해 빠르게 브리검이 빠진 빈자리를 채웠다. 2021시즌은 요키시-스미스 조합으로 준비한다.
KBO리그 재계약 불발된 투수가 CPBL로 넘어가는 건 생소한 장면이 아니다. 리살베르토 보니야(전 삼성), 브록 다익손(전 롯데), 라이언 피어밴드(전 KT), 헨리 소사(전 SK) 등이 KBO리그를 거쳐 CPBL에서 활약했다. 특히 SK와 롯데에서 뛴 다익손은 이번 시즌 대만시리즈에서 호투해 소속팀 퉁이 라이온즈의 우승을 이끌었다. CPBL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선수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 기량이 검증된 KBO리그 출신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한 관계자는 "KIA에서 재계약이 불발된 드류 가뇽도 CPBL로 이적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