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대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국 체육 최상위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수장을 뽑는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다음 주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대한체육회는 내년 1월 18일 실시하는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오는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후보 등록을 받는다. 선거 운동 기간은 30일부터 선거 전날인 내년 1월 17일까지이며, 투표는 대한체육회 대의원, 회원종목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등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2180명의 선거인단이 진행한다. 대한체육회는 24일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고, 28일까지 명부 열람을 마치기로 했다.
대한체육회장은 '체육 대통령'이라는 무거운 별명이 붙을 만큼 중요한 자리다. 연간 예산 4000억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어가는 기관의 수장인 만큼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
41대 대한체육회장의 책임과 그 중요성은 한층 더 커졌다. 4년 전 기존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합쳐져 통합 체육회로 탄생한 이후 조직이 더욱 커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시대적 위기를 헤쳐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대한체육회를 이끌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하고,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이자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드러난 스포츠 인권 문제에 대한 부분도 보듬어야 한다.
이처럼 책임이 무거운 자리지만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이기흥(65) 현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후보만 벌써 6명이다. 출마를 선언한 인물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4선 국회의원 출신 유준상(78) 대한요트협회 회장, 장영달(72) 우석대 명예총장에 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44)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집행위원, 강신욱(65) 단국대 교수, 윤강로(64) 국제스포츠연구원장 등이 출사표를 냈다. 여기에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인물들도 가세할 수 있다.
후보가 많아질수록 표가 분산되기 때문에 다자간 대결은 이기흥 현 회장에게 유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체육계에선 이기흥 회장의 재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기흥 회장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를 비롯해 진천선수촌 시대 개막, 체육회 예산 증액, 민선 시·도회장 선출 등 회장 임기 동안 보여준 성과도 있다. 조재범 코치 폭행 사건과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등 스포츠 인권에 소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지만, 현재로선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들도 이번 선거를 이기흥 대 반(反) 이기흥 구도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반대 세력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기흥 회장을 제외한 5명의 후보는 승리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기흥 회장과 맞붙을 단일화 후보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체육계 내에서도 각 단체나 종목별로 지지하는 후보가 모두 다른 만큼 매끄럽게 단일화를 이뤄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후보 단일화의 또 다른 변수는 장영달 명예총장의 출마 자격 논란이다. 장영달 명예총장은 대통령 선거 당시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2019년 대법원의 500만원 벌금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체육회장 선거 출마 자격에도 논란이 일었다.
이번 선거를 위탁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 등록 마감일인 29일 장영달 명예총장의 출마 자격과 관련한 유권 해석을 어떻게 내리느냐도 후보 단일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영달 명예총장은 이에 대해 "내 출마 자격에 문제가 없으며,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가 이미 유권 해석을 마쳤다. 한 번 내린 유권 해석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