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후 커피 한 잔이 직장인들 사이의 '국룰'이 되면서 서울은 주위를 둘러보면 커피 전문점이 하나쯤은 쉽게 눈에 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커피 산업 시장 규모를 약 7조 원으로 추산했고,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평균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분석했다. 하루 평균 약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 시장이 침체를 겪는 가운데서도 국내 커피 수입량도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월까지 10만4905톤으로, 이 기간 수입량이 10만톤을 넘긴 건 올해가 처음이다.
북미나 유럽이 하루 커피 두 잔 이상을 마시는 것에는 못 미치지만, 국내 커피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 시장을 꾸준히 주시해오고 있는 곳은 카드사들이다. 신용카드사들과 커피 전문 브랜드들이 손을 잡고 할인 혜택을 늘리는 것은 물론, 자체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를 만들어 특정 커피 전문점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PLCC로 혜택 '확' 키운 국민·현대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 KB국민카드가 PLCC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첫 타자로 국민카드가 선택한 곳은 글로벌 커피 브랜드 ‘커피빈코리아’다.
KB국민카드는 커피빈과 업무 제휴를 맺고 조만간 ‘커피빈 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커피빈 PLCC’는 고객들의 결제 패턴과 특성 등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고객 선호도가 높은 할인 혜택, 쿠폰 등 커피빈 특화 서비스를 공동으로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외에 편의점, 약국, 학원 등 다양한 생활 밀착 업종에서도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상품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KB국민카드는 첫 PLCC에 자체 보유한 빅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마케팅 프로그램인 ‘스마트 오퍼링 시스템’과 커피빈의 멤버십 서비스 등 축적된 마케팅 노하우를 결합해 초개인화된 맞춤형 마케팅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조만간 선보일 커피빈 PLCC는 실용성 있고 차별화된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가 될 수 있도록 고객들이 한장의 카드로 제휴사 특화 혜택은 물론 다양한 생활 편의 업종에서도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번 커피빈 PLCC를 시작으로 고객들의 카드 이용이 많고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한층 강화해 차별화되고 양질의 혜택을 담은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를 다양하게 출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재 PLCC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와 제휴를 맺은 PLCC 파트너 기업은 12곳이나 되며, 최근 스타벅스와 손잡고 카드를 내놓아 주목받았다.
지난 10월 현대카드가 출시한 ‘스타벅스 현대카드’는 국내외 이용금액이 3만원씩 누적될 때마다 스타벅스의 보상 포인트인 별을 1개씩 한도 없이 적립해줘 스타벅스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스타벅스 별 적립은 스타벅스 충전카드를 이용하는 스타벅스 자체 회원들을 대상으로만 운영됐다. 그러나 스타벅스 현대카드 이용 고객은 스타벅스는 물론 국내외 어디에서든 카드 사용 시 별을 적립할 수 있게 돼 그 활용 폭이 더욱 확대됐다.
스타벅스 현대카드를 발급받은 세대는 주로 30대로 전체 회원의 절반가량인 49.5%를 차지했고, 40대(32.1%)와 20대(13.2%)가 뒤를 이었다. 발급자 성별은 여성이 75%를 차지했다.
또 이 카드는 출시 20일여 만에 발급 장수 5만장을 돌파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국내외 어디서 사용하든 스타벅스 별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 특성과 초기 프로모션이 스타벅스를 즐겨 찾는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 단위로 적립되는 일반적인 신용카드 리워드 시스템과 달리 매일 커피를 즐기는 회원들을 위해 카드 결제 이후 3일 이내에 별이 적립되도록 한 리워드 시스템도 상품 흥행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커피 관련 서비스 집중 카드 '봇물'
PLCC 형태가 아니어도 커피 이용 혜택을 늘린 신용카드는 꾸준히 등장해 왔다.
신한카드는 커피 브랜드 이디야와 제휴해 '이디야 신한카드 테이스티'를 지난 2016년 출시해 지금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디야커피 매장에서 하루 1회(최대 5000원), 월 10회 한도 내에서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다.
또 롯데카드는 스타벅스·폴바셋·빽다방·투섬플레이스 결제 50%를 할인해주는 '로카 포 커피 카드'를, 우리카드는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커피빈·폴바셋 결제 55%가 할인되는 'D4@카드의정석' 등을 대표적인 커피 특화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카드는 스타벅스와 손잡고 50%가 할인되는 '탭탭O' 카드를 내놓은 데 이어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이용할 때 직원에게 카드를 전달하고 접촉하는 과정 없이 언택트(비대면) 자동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섰다.
스타벅스의 자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사이렌 오더'를 이용하지 않고도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신용카드로 자동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삼성카드가 처음이다.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스타벅스 앱 '마이디티 패스'에 본인의 차량번호와 결제할 카드를 사전 등록해야 한다. 이후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차량 방문해 음료 등을 주문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완료되고 주문한 제품을 받으면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피 전문점은 한 집 건너 하나씩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다"며 "이 시장에 집중한 카드가 나오는 것은 국민의 커피 소비가 증가한 탓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