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학 삼성 단장과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는 지난해 11월 30일 대구 모처에서 만났다. 관심이 쏠린 자리였다. 이예랑 대표는 삼성이 영입하려 했던 FA(자유계약선수) 1루수 오재일의 대리인이다.
만남 직후 홍준학 단장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이예랑 대표를) 만난 게 맞다"고 시인했다. 당시 홍준학 단장은 "우규민이 먼저다. 우규민에 관해 얘기하면서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뛴 오재일의) 분위기가 어떤지 한 번 물어봤다"고 말했다. 오재일이 아닌 내부 FA 우규민에 대한 협상을 먼저 진행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31일 일간스포츠는 '미등록 상태서 우규민 대리한 리코스포츠에이전시'라는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12월 30일 홍준학 단장과 우규민 계약을 최종 협상할 때까지 우규민의 대리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 이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이 정한 'KBO리그 선수대리인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당시 이예랑 대표는 "우선 오늘(12월 30일) 등록하는 거로 해서 (선수협에) 서류를 보냈다. 무조건 내 잘못"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보도 직후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선수협에 '우규민과 12월 27일 대리인 계약을 마친 뒤 실수로 서류 제출을 누락했다'고 해명했다. 굳이 12월 27일을 언급한 이유는 뭘까.
선수협 선수대리인 규정 제18조 [선수대리인의 계약의 보고 및 통보] ①항에는 '선수대리인은 새로운 선수대리인계약을 체결한 때나 선수계약을 연장 또는 갱신한 때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선수협에 이 사실을 알리고, 계약서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의 주장처럼 12월 27일 우규민과 대리인 계약을 했다면 3영업일 이내 선수협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면 된다. 그렇다면 12월 30일 협상이 유효할 수 있다. 규정은 위반(대리인 미등록 상태에서 협상)했지만. 관련 잘못을 바로잡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 삼성은 12월 31일 우규민의 계약(1+1년, 최대 10억원)을 발표했다. 삼성은 계약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삼성과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11월 29일 FA 시장이 개장한 뒤 꾸준히 우규민 계약을 논의했다. 홍준학 단장이 11월 30일 대구 만남을 '우규민 때문'이라고 규정한 게 이를 입증한다. 우규민의 FA 협상을 리코스포츠에이전시가 주도했다는 건 야구계 안팎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우규민의 대리인 계약을 12월 27일 했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A 구단 관계자는 "(대리인 계약을) 시즌 종료 시점이나 FA 신청 전후로 해서 바로잡았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 사흘 전에 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12월 30일 리코스포츠에이전시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던 홍준학 단장은 당시 "이예랑 대표가 지금까지 협상에 들어왔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 누가 (우규민 협상을) 합니까"라고 되물었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의 미등록 문제가 불거진 1월 1일, "우규민 협상을 12월 27일 이전에는 리코스포츠에이전시와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홍준학 단장은 "노코멘트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기 선수협 사무총장 대행은 "리코스포츠에이전시가 알려온 (대리인) 계약 체결일이 12월 27일이다. 이 내용을 선수협에 전달한 건 (보도가 나간 직후인) 30일"이라며 "(대리인 계약 전 협상에 참여했다면) 그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협은 오는 4일 중재위원회를 열어 사실 확인을 할 예정이다. 김용기 사무총장 대행은 "중재위원회는 선수와 에이전트(대리인) 간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재를 하는 기구인데, 이번에는 이(에이전시 등록) 내용을 자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