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내부 자유계약선수(FA) 투수 유희관과 협상 중이다. 11일에도 만남을 가졌지만 구단과 에이전트 모두 눈치 싸움 중이다. 영입을 원하는 다른 구단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자루는 구단이 쥐고 있다. 그러나 쉬운 협상도 아니다. 일단 미래 가치 측정이 어렵다. 유희관은 최근 8시즌(2013~2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39년 KBO리그 역사에서 4명밖에 해내지 못한 기록이다. 이 기간 97승(62패)을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4.42를 기록했다. 2021시즌도 10승 이상 기대할 수 있는 선발투수다.
노쇠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2020시즌도 10승(11패)은 거뒀지만, 평균자책점(5.02)은 기대에 못 미쳤다. 왼쪽 발목 부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풀타임 선발로 나선 이후 가장 적은 등판 횟수(27번)와 이닝(136⅓이닝)을 기록했다.
그러나 유희관은 힘으로 타자를 제압하는 유형이 아니다.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이 시속 130㎞대 초반에 불과하다. 정확한 제구력과 탁월한 수 싸움이 무기다. 나이가 들면 근력 저하가 우려되는데,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
유희관은 스트라이크존, 공인구 반발 계수 등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있을 때마다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다. 그리곤 보란 듯이 10승 이상 거뒀다. 2018시즌엔 6점대(6.70)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리그 타자들이 그의 느린 공에 적응을 마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인터뷰까지 피하며 절치부심한 2019시즌, 유희관은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하며 반등했다.
두산은 지난해 김민규·박종기·최원준 등 젊은 투수들이 선발투수로 안착할 수 있음을 선보였다. 세대교체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2019시즌 17승을 거둔 이영하조차 풀타임 선발 2년 차였던 2020시즌에 고전했고, 마무리투수로 자리를 옮겼다. 두산 선발진은 여전히 불안 요소가 있다. 유희관은 경험이 풍부한 선발투수다.
유희관은 지난 8시즌(2013~20년) 동안 두산 소속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1330⅓)을 소화했다. 포스트시즌 팀 기여도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정규시즌에는 두산의 상위권 수성을 이끈 1등 공신이다. 3시즌(2018~20년)투수조 조장이자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투수에게 다년 계약을 안기긴 어렵다. 오버페이도 어렵다. 그러나 여전히 마운드 핵심 전력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유희관을 홀대할 수도 없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스프링캠프 시작 전까지는 협상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