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공식 개봉한 프랑스 영화 '#아이엠히어'가 한국의 풍광을 담은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8년 가을과 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서 촬영을 진행한 이 작품은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의 곳곳을 누비며 프랑스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관광도시 대한민국을 소개,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감탄을 터지게 만든다.
영화는 남프랑스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두 아들의 아버지 스테판(알랭 샤바)이 SNS를 통해 만난 미스터리 한국 여인 SOO(배두나)를 직접 만나기 위해 즉흥적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어이 한국 땅을 홀로 밟은 스테판은 열흘간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곳곳을 돌아다닌다.
'SOO를 만나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를 바탕으로 '#아이엠히어'는 스테판의 여행을 빙자한 모험담을 현실적으로 담아낸다. 현 시대에서 SNS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어떤 해프닝이 벌어질 수 있는지, 내가 벌였지만 벌이지 않은 수 많은 사건 사고를 통해 나는 어떻게 재발견 될 수 있는지 촘촘하게 표현한다.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상영작으로 출품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아이엠히어'는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차이도 속시원하게 꼬집으며 재미와 흥미를 동시에 높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여행 발길이 뚝 끊긴 지금, 대리만족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출연: 알랭 샤바·배두나
감독: 에릭 라튀쥬
장르: 코미디
줄거리: SNS를 통해 알게 된 SOO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한국행을 택한 프렌치 직진남 스테판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겪게 되는 좌충우돌 힐링 여행기
등급: 12세관람가
러닝타임: 97분
한줄평: 한국관광홍보영화
별점: ●●●○○
신의 한 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알짜배기 영화판이라는 설명이 딱이다. 무대포·무대책·무눈치 '프렌치 러버'가 무작정 아무것도 모르는 한국에 발을 들였을 때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잘도 엮어냈다. 우리에겐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외국인 눈에는 이것도 신기하고 저것도 신기할 수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이 궁금하면 이 영화를 보라. 바닥부터 천장까지 홈페이지보다 더 자세히 훑는다. 인천국제공항에서만 일주일을 보내도 심심해하지 않는 주인공이다. 배경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뼈를 때린다. 낯선 사람(외국인)이 말을 걸면 어색하게 웃으며 피하고, 정신없이 바쁜 하루 하루에 누가 옆에 있든 없든 관심조차 없이 제 갈길 가기 바빠 하면서도 SNS 스타 등 특정 누군가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 잠재돼 있던 관종끼를 터뜨리며 어떻게해서든 얽히려드는 한국인의 습성을 귀신같이 파악한다. 스테판의 SNS 친구 SOO 역시 한국인의 피가 흐르긴 마찬가지. 프랑스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완벽한 생활 연기를 펼치는 오작교 배두나의 매력도 빛난다. 촬영 당시보다 2년이 지난 현재 K문화와 K콘텐트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다른 국적 영화로 일명 국뽕이 차오르기도 흔치 않다.
신의 악 수: 한국인의 눈에 더 재미있게 보이는 장면이 있는 만큼, 한국인의 눈에 더 잘보일 수 밖에 없는 끼워맞추기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눈치'없는 기다림으로 공항에서 버티는 주인공부터 "제발 공항 밖으로 나가"를 외치게 만든다. 또한 이 장소를 어떻게 해서든 보여주기 위해 장소에 스토리를 맞춰버리는 설정은 몰입도마저 뚝 떨어뜨린다.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든 최고의 장면은 정우성·김태희 주연 영화 '중천'(2006)이 눈 앞에 드리워진 순간이다. 공항 내 영화관에서 주인공이 감상하는 영화가 하필 말도 안되는 '중천'이다. 개연성도 없지만 대과거의 정우성·김태희도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