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를 받고 입단한 2021년 롯데 유망주 김진욱(19)은 신중하다. 데뷔 첫 시즌인 만큼 보직을 욕심내지 않는다. 하지만 거물 신인다운 당찬 패기도 갖췄다.
김진욱은 올해 KBO리그 신인 중 최고 유망주로 손꼽힌다. 지난 8월 막을 내린 제5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는 강릉고의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고교 2학년이었던 2019년에는 소형준(KT), 이민호(LG) 등 1년 선배들을 제치고 아마추어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고교 최동원상'을 받았다.
롯데 구단의 신인 드래프트 지명 전부터 '롯진욱(롯데+김진욱)'으로 불렸던 그는 "과분한 별명이라 여겼는데 실제로 이뤄졌다. 이제는 (프로 무대에서) 삼진을 많이 잡아서 '삼진욱(삼진+김진욱)'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고 싶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롯데는 대형 신인을 '역대급'으로 확보했다. 김진욱과 함께 1차 지명 손성빈(포수)과 메이저리그 진출설이 나돌았던 나승엽(유격수, 2차 2라운드)까지 합류했다. 이들 두 선수는 "신인왕 욕심을 내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김진욱은 "신인이라면 신인왕 목표가 없을 수 없다. 신인왕을 목표로 열심히 던지겠다"며 큰 포부를 내비쳤다.
롯데는 좌완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왼손 투수가 롯데 선발로 등판한 건 4경기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장원삼(방출) 한 명뿐이었다. 불펜에선 고효준이 거의 유일했다. 좌완 투수를 한 명도 포함하지 않고 엔트리를 꾸린 기간도 꽤 길었다. 김진욱의 입단은 롯데에 단비와 같다.
대개 투수는 선발 투수로 뛰려는 욕심이 있다. 김진욱은 다르다. 오히려 "중간 투수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불펜진에서 볼 카운트 싸움 등을 배운 뒤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도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단 또는 코칭스태프와 의견을 나눈 건 아니다. 아직은 그저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만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롯데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하고 싶다. 그는 "올 한해 열심히 해서 팀 승리를 이끄는 투수가 되겠다. 롯데의 열혈 팬인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부터 사직구장을 종종 찾았다. 친숙함을 넘어 애착이 컸던 롯데의 프랜차이즈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 데뷔 시즌을 위해 체인지업을 연마 중이다. 김진욱은 "선발투수에게도, 구원투수에게도 체인지업은 필요한 구종"이라며 "좌완 투수 선배님들과 경쟁하면 함께 실력이 좋아지지 않겠나. 내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2021년) 롯데의 좌완 투수진이 빛을 발휘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