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이 말한다. "사실 난 백업 선수다. 나이만 많지, 커리어가 미약해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게 민망하다."
그렇다. 지난 21년(2000년 육성 선수로 입단) 동안 그의 프로 생활은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LG 이성우(40)는 '현역 최고령 포수'라는 타이틀을 몇 년째 유지하고 있다. 화려한 스타는 아니지만, 그는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2021년 '현역 최고령 선수' 타이틀은 플레잉 코치로 뛰는 롯데 송승준(41)이 예약해 놓았다. 그다음이 1981년 KT 유한준과 이성우다.
이성우는 SK에서 뛰었던 2018년 구단으로부터 전력분석원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선수 생활을 연장하고 싶었던 그는 SK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LG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이성우는 LG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주전 선수만큼은 아니지만,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성우는 "인기 구단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다. 영광스럽게도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전 포수 유강남을 대신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수비형 포수인 그는 LG의 젊은 투수진을 잘 이끌었다. 뒤늦게 타격도 꽃피우고 있다. 2019년 프로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지난해엔 데뷔 첫 만루 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 총 72경기에서 타율 0.234, 3홈런, 11타점. 돋보이진 않지만, 데뷔 후 한 시즌 최다 홈런, 최고 장타율(0.364)에 해당한다. 그는 "난 백업 선수였기에 타격에 대한 재능도, 자신감도 없었다. 지난해 전지훈련 때 (박)용택이 형에게 타격에 대한 조언을 구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좀 일찍 조언을 구할 걸 그랬다"며 웃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그는 2021년 거취를 확신할 수 없었다. LG에선 그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낸 박용택과 정근우가 은퇴를 선택한 뒤였다.
LG는 그의 가치를 인정, 다시 한번 계약을 이어갔다. 많은 선수가 등 떠밀려 유니폼을 벗거나 팀에서 떠났지만,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이성우는 선수 생활 막판에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그는 "2017년부터 매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라며 "은퇴로 고민할 때 손을 잡아 준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 처음 입단했던 LG에서 은퇴할 수 있어 정말 감회가 새롭다"라고 말했다.
LG에 대한 고마움은 그라운드에서, 또 후배들을 위해 되돌려 주고 싶다. 그는 "우리 팀에는 정말 좋은 포수들이 많다. 박재욱, 김재성, 김기연은 내가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가진 후배들이다. 계속 경험을 쌓으면서 자기의 장점을 믿고 노력한다면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선배로서 후배들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싶다"라고 했다.
이성우는 이어 "지금까지 여러 팀을 옮겨 다니며 야구를 했는데, LG에서의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인 것 같다"며 "약속드린 목표인 우승을 이루지 못해 죄송하다. 올해는 꼭 우리 선수들이 김현수 주장을 필두로 더욱 노력해서 그 목표를 이루고 팬들과 함께 최고의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