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석 LG 단장은 지난해 말 타일러 윌슨과의 작별을 팬들에게 알리면서 "올해(2020년) 켈리가 보여준 모습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투수를 찾고 있다. 켈리가 (2021년엔 1선발이 아닌) 2선발이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투수 영입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LG는 나름대로 최상의 영입을 했다. 3~4개 구단과 경쟁 끝에 수아레즈와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새롭게 LG 지휘봉을 잡은 류지현 감독은 "미국에서 새롭게 영입 가능한 후보 가운데 가장 좋은 선수 중 한 명이지 않나 싶다"라고 했다.
아직 그의 투구를 직접 보지 못한 만큼 케이시 켈리와 수아레즈 가운데 누구에게 1선발을 맡길지는 알 수 없다. 대신 간접적으로 외국인 투수에게 바라는 기대 승수를 언급했다. 류지현 감독은 "우승권에 진입하려면 18~20승 투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KBO리그 우승팀을 보면 외국인 에이스의 활약은 절대적이었다. 2016년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마이크 보우덴이 각각 22승-18승을 기록했다. 2017년 KIA는 헥터 노에시가 양현종과 동반 20승을 달성했다. 2018년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에는 세스 후랭코프가 다승왕(18승)을 차지했다. 2019년 두산 조쉬 린드블럼(20승), 2020년 NC 드류 루친스키(19승)는 강력한 에이스로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LG의 2010년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기록은 지난해 켈리가 올린 15승이다. LG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은 2000년 대니 해리거의 17승이다. 18승 이상을 올린 외국인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금껏 리그 최정상급 외국인 투수의 퍼포먼스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을 법했다. 이 때문에 지난 3년간 좋은 활약을 보였던 윌슨과 결별을 택하고 수아레즈를 데려오는 도전을 택한 것이다.
투수만 잘 던진다고 승리 투수가 되는 건 아니다. 불펜과 타선, 또 수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류지현 감독이 평균자책점이 아닌 18~20승을 언급한 건, 그런 고비도 넘기며 '에이스가 등판하는 날에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이 퍼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류지현 감독은 "최근 몇 년간 1~2승 차이로 순위가 몇 단계씩 갈리지 않았나"라며 외국인 에이스의 활약을 중요하게 내다봤다.
LG는 지난해 팀 평균자책(4.37) 2위를 기록했다. 검증된 외국인 투수 켈리는 올 시즌에도 LG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다. 국내 선발진은 차우찬이 아직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하지 못한 가운데 지난해 좋은 모습을 펼친 임찬규와 정찬헌, 이민호가 대기한다. 또 김윤식, 남호, 손주영, 2021년 신인 등이 경쟁할 예정이다. 불펜진은 고우석과 정우영, 진해수, 이정용, 최동환 등 비교적 젊은 자원이 줄지어있다.
최근 몇 년간 LG 마운드는 탄탄했다. 현재 자원만으로도 어느 정도 계산이 선다. 결국 새로 합류한 수아레즈의 활약 여부가 LG의 목표 달성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