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스토브리그 최대의 난제를 해결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프랜차이즈 스타이이대호(39)와 2년 총액 26억원(계약금 8억원·연봉 8억원·옵션 2억원)에 지난달 29일 자유선수계약(FA) 계약했다.
그동안 롯데와 이대호의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협상 과정을 철저하게 함구했다. "선수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외부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계약 기간과 총액을 줄이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이대호는 우리 나이로 40대에 접어든 고액 연봉(지난해 25억원)자다. 타 구단에서 이대호를 영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보상금만 최소 25억원이다. 칼자루는 롯데가 쥐고 있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구단 재정이 악화하고 있다. 롯데는 최근 모기업 계열사 롯데캐피탈로부터 운영 자금 50억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성민규 단장은 1년 전부터 오버페이를 경계하는 성향을 보여줬다. 1월 27일 발표된 롯데의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대호가 포함되지 않았다. 모든 상황이 적신호로 보였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개막일을 앞두고 계약이 이뤄졌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님이 야구를 좋아하시고, 그룹 차원에서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대호는 계약 발표 뒤 "계약 규모를 두고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약 시점과 협상 양상을 고려하면 그룹이 나선 뒤에야 입장차가 좁혀질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번 계약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옵션이다. 이대호는 롯데가 우승하면 1억원을 받는 조건을 제시, 계약서에 넣었다. 보통 옵션은 개인기록 달성 여부에 달려있다. 팀 성적을 개인 계약 옵션으로 정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대호는 과거 "선수 한 명의 힘으로 팀 성적이 급격하게 향상되긴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롯데는 지난해 7위에 그쳤다. 다가올 시즌도 우승을 노리는 전력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이대호는 해외 무대 도전을 마치고 롯데에 복귀한 2017년 1월에도 "힘이 남았을 때 롯데의 우승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2018시즌 개막을 앞두고도 "한국시리즈 우승 뒤 경기장을 찾은 롯데 팬들에게 술 한 잔씩 따라 드리는 게 소원"이라며 우승을 향한 갈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롯데는 매 시즌 우승권에 다가가지 못했다. 이대호의 마지막 숙제다. 계약 후 이대호는 "2년 내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뒤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우승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하겠다"고 했다.
올겨울 이대호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그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회장을 맡았던 지난 2년(2019~2020년) 동안 판공비를 셀프 인상한 뒤 이를 현금으로 수령한 게 도마 위에 올랐다. 4년(2017~2020시즌) 연속 연봉킹을 지킨 선수의 금전 논란이었기에 파장이 컸다. 이대호는 보너스를 받으면 지역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롯데도 한 시름 덜었다. 스토브리그 내내 감지됐던 이대호와의 갈등을 비교적 잘 봉합한 모양새다. 우승이라는 대의를 위해 간판타자와 구단이 한 발씩 물러난 모습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우승 옵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