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새로운 팀에 있으니까요." SK 와이번스 외야수 김강민(39)이 인천 야구 팬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다. 와이번스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새로운 팀을 사랑해달라는 것이다.
SK는 올해부터 신세계 야구단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선수단 최고참인 김강민의 마음도 특별하다. 제주도 서귀포 강창학야구장 전지훈련 중 만난 김강민은 "내가 창단 첫 드래프트(2001년) 멤버다. 어쩌다보니 야구단보다 더 야구를 오래한다"고 했다.
김강민은 와이번스 역사의 산증인이다. 2001년 드래프트 2차 전체 18순위로 SK에 입단했다. 20년간 뛰었다. 창단 첫 해(2000년)를 제외하고는 쭉 SK에서 뛰었다. 창단 초 '주유소 유니폼'으로 기억되는 파란색 옷도 경험했다. 최정(34) 다음으로 많은 1643경기에 출전했고, 1762안타를 SK 선수로 기록했다. 네 번의 우승(2007, 08, 10, 18년)에도 기여했다.
김강민은 제주도 전지훈련 시작일(2월 1일)보다 먼저 넘어와 연습하던 중 매각 소식을 들었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해프닝으로 여겼다. 나중에 사실로 확인된 뒤 당황했다. 20년 뛴 팀이다.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됐으니 섭섭한 마음이 없진 않다"고 했다.
동시에 겪는 만남과 이별. 하지만 김강민은 프로답게 준비하고 있다. 그는 "선수들은 어수선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야구가 우선이다. 매각 뉴스 이후 다음날도 연습을 그대로 했다. 지난해 실수를 되풀이 하지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신세계 그룹이 야구단을 통해 여러 그림을 그린다고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은데, 야구에 뛰어든 기업이다. 선수들도 팬서비스에 더 신경쓰고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우리 나이 불혹의 김강민은 그라운드와도 곧 작별해야 한다. 이미 동갑내기 김태균과 정근우는 지난해 은퇴했다. 여전히 별명 '짐승'처럼 날렵한 수비를 펼치고 있는 김강민은 "언제 야구를 그만둘지 모르겠지만, 새 유니폼을 입고 좋은 모습을 많이 남기고 싶다"고 했다.
인천은 무려 다섯 번이나 야구단 주인이 바뀐 역사가 있다. 현대 유니콘스 시절엔 연고지를 떠난 사례도 있다. 팬들의 마음이 착잡한 건 당연한 일이다. 신세계 그룹도 그런 팬들의 마음을 헤아려 인터뷰 배경에 쓰는 백드롭에 'INCHEON(인천)'이라고 씌여진 인천군 유니폼 엠블렘을 사용했다.
김강민은 팬들에게 진심어린 부탁을 했다. 그는 "20년 동안 인천에서 SK와이번스와 함께 하신 팬들의 마음을 안다. 그래도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니다. 추억은 남고, 선수들은 그대로다.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 주셔서 선수들과 자주 만나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었지만)약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매년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유니폼을 벗을 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