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 첫 훈련에서 윌리엄스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이동하며 선수들을 관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KBO리그 '선배' 외국인 사령탑 맷 윌리엄스(56) KIA 감독이 '후배'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감독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KIA의 스프링캠프 둘째 날인 2일 윌리엄스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수베로 감독의 연락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KIA는 내달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한화와 연습경기를 치른다. 윌리엄스 감독은 "첫 실전 경기이기 때문에 수베로 감독과 상의할 게 있다. 이번 주에 연락할 예정"이라며 휴대전화 번호를 받은 배경을 설명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2019년 10월 KIA 감독으로 부임했다. 2020시즌을 치르며 한국 야구와 문화를 경험했다. 수베로 감독도 미국 야구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지도자다. 그러나 아시아 야구, KBO리그 팀 지휘는 처음이다. 한화 지휘봉을 잡게 되자 수베로 감독은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에게 한국 생활에 관한 정보를 받은 바 있다.
"수베로 감독에게 (KBO리그 팀을 이끄는) 조언을 부탁한다"는 취재진에 요청에 윌리엄스 감독은 "지혜로운 얘기를 전한다면, 소속팀(한화) 선수들을 잘 이해하는 게 먼저다. 자신이 새로운 사람이라면 원래 있던 구성원들 사이 관계를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KBO리그 '1년 선배'라고 해도 다른 팀 감독에게 많은 조언을 하는 건 예의에 어긋날 수 있다. 윌리엄스 감독도 말을 아꼈다. 그저 지난해 KIA 선수단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딱 한 가지 메시지만 전했다.
실제로 윌리엄스 감독은 KIA 선수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감독실은 항상 열려 있다. 언제나 환영한다"라며 유연한 소통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처음에 망설였던 KIA 선수들도 점차 자연스럽게 감독실을 드나들었다. 이런 변화에 관해 윌리엄스 감독은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지난달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화 제공 수베로 감독도 한화 선수들을 면밀히 살필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선수단 파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문화 차이에 대해서는 "너무 깊게 (한국에 대해) 알면 편견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정보는 공부했다"고 말했다. 현재 거제도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수베로 감독은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고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직접 경험한 한국 야구 문화에 대해 수베로 감독과 공유할 생각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해, 시즌 초 3연전 첫 경기에 사령탑들이 만나 인사를 나누는 KBO리그 특유의 문화를 알게 된 뒤 각 팀 감독에게 와인 세트를 선물했다. 다른 팀 감독들도 각종 선물로 화답했다. 윌리엄스 감독의 '와인 투어'는 야구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한국 문화를 존중하려는 윌리엄스 감독의 모습이 주목받기도 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우리는 KBO리그라는 같은 그룹에 속해 있다. 출신 국가는 중요하지 않다. 수베로 감독이 한국 야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내가 아는 것들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10개 구단 중 4개팀 감독이 바뀌었다. 윌리엄스 감독의 '와인 투어'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수베로 감독과 할 얘기가 많을 것이다. 그는 "수베로 감독에게 (와인과) 비슷한 선물을 할지 아직 모른다. 비밀이다. 물론 다른 감독들에게 준 선물과 특별히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