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4·토론토)이 두 번째 '코로나 시즌'을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가족을 한국에 두고 홀로 떠나는 대장정이다.
류현진은 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행 비행기에 올랐다. 애틀랜타 도착 후 곧바로 토론토 스프링캠프가 차려질 플로리다주 더니든으로 이동한다. 그는 "이제 야구에 전념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배웅 나온 아내 배지현 전 아나운서, 아버지 류재천 씨, 어머니 박승순 씨와 차례로 포옹하며 아쉬운 이별을 했다. 메이저리그(MLB) 시즌이 예정대로 시작해 끝난다면 류현진은 11월이 돼야 가족과 재회할 수 있다. 토론토 홈구장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지난해 얻은 딸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류현진은 홀로 먼 길을 떠났다.
류현진의 부모는 아들의 뒷모습을 덤덤하게 지켜봤다. 아내의 표정은 애틋하기만 했다. 그럴수록 류현진은 씩씩한 모습을 보이려 했다. 그는 "(한국에서) 훈련을 잘했다. 공도 한두 번 던졌다. 잘 다녀오겠다"고 짧게 인사했다. 류현진은 "(MLB에 도전하는 1년 후배 양현종과) 통화 한 번 했다"고도 전했다.
올해 류현진과 함께 생활할 장세홍 트레이닝 코치는 미국 비자를 받은 뒤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장세홍 코치는 "류현진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등 기본적인 훈련을 충실하게 했다. 1월부터 캐치볼 토스 프로그램을 잘 소화했다"며 "어깨, 팔꿈치, 내전근 등을 점검하고 있는데 상태가 정말 좋다"고 설명했다.
토론토의 투수와 포수들은 오는 18일 더니든 TD볼파크에 모여 훈련한다. 류현진은 조금 일찍 플로리다에 도착해 개인 훈련을 한 뒤 팀 훈련에 합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면서 2021시즌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MLB 정규시즌 개막일은 4월 2일. MLB 사무국은 시즌 개막이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고, 선수들은 예정대로 시즌을 치르자고 주장한다. 풀 시즌(팀당 144경기)을 소화해야 계약한 연봉을 받기 때문이다.
MLB 3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캐나다를 연고로 하는 토론토의 상황은 더 불확실하다. 국가 간 방역지침에 따른 입국제한으로 인해 선수들이 토론토를 오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홈구장 로저스센터에서 단 한 경기도 치르지 못한 채 떠돌았던 토론토 선수들은 올해도 '대체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더니든 TD볼파크가 토론토의 임시 홈구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1년 전 토론토 투수 자유계약선수(FA) 역대 최고액인 4년 8000만 달러(890억원)에 계약한 류현진은 12경기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하는 등 특급 활약을 펼쳤다. 가족과 떨어져 호텔 생활을 하면서도 최고의 성과를 올린 것이다. 덕분에 토론토는 2016년 이후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올겨울 토론토는 특급 외야수 조지 스프링어와 구단 역사상 최고액인 6년 1억 5000만 달러(1670억원)에 계약했다.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류현진은 예년처럼 일찍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떠났다. 그는 "국민 여러분들이 조금이나마 힘내실 수 있도록 좋은 소식으로, 응원에 보답해드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