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의 매력은 어디가지 않는다. 만년 첫사랑의 이미지를 품고, 조금 더 여유로우면서 성숙한 분위기를 전하는 이연희(34)다.
스크린 복귀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5)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결혼전야'(2013)에 이어 '새해전야(홍지영 감독)'로 전야 시리즈의 중심을 이끌게 된 이연희는 변하지 않은 싱그러운 비주얼에 한층 성장한 당찬 매력을 자랑한다.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애정으로 "강력히 하고 싶다" 어필했다는 이연희는 극중 아르헨티나를 배경삼아 판타지 같은 여행과 사랑, 그리고 현실적인 인생의 쓴맛과 희망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마냥 평온할 것만 같았던 이연희의 인생에도 번아웃은 있었다. 20대, 연기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차를 끌고 나간 적도, 훌쩍 여행을 떠난 적도 여러번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게 이것 밖에 없더라"며 미소지은 이연희는 "주어진 재능에 감사하기 시작하면서 편안해졌다"고 고백했다.
30대를 맞아 굵직한 변화를 스스로 선택하기도 했다. 깜짝 결혼과 소속사 이적은 이연희에게 새로운 환경을 선물했다. 남편에 대한 공개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애정은 숨기지 않았고, 2001년부터 몸 담았던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고마움과 새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 식구들에 대한 기대감도 표했다. 함께하는 이들의 지지와 응원, 믿음 속에 인생 2막을 열게 된 이연희. "나를 장점을 극대화 시켜줄 수 있는 작품을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며 열일 활동을 예고했다.
-스크린 복귀는 오랜만이다. "떨리고 설레고 기대가 많이 된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개봉이 조금 늦어졌지만, 우리끼리는 '우리나라는 새해가 두 번 있어 다행이다'고 긍정적 결론을 내렸다. 지나고 보니 이때 개봉하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웃음)"
-'결혼전야'에 이어 '새해전야'에도 합류했다. "개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해 제의가 왔을 때 강력히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행을 간다는 콘셉트가 '결혼전야'와 비슷하긴 했지만 역할이 처해있는 상황은 달라서 새롭게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결혼전야'를 찍을 땐 정말 결혼 전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사실 결혼 전에 '결혼전야'를 다시 봤다. 너무 풋풋하기도 하고, 전반적인 스토리가 잘 이해돼 신기했다. 찍을 땐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공감이 된다고 해야 할까? 새로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유연석과 호흡 맞췄다. "촬영 전에는 개인적으로 이야기 할 시간이 없었다. 연석 씨가 '새해전야' 뿐만 아니라 '강철비2' 촬영을 함께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대본리딩, 안무연습 할 때만 만났고 아르헨티나에 가서야 오히려 시간이 생겼다. 연석 씨는 재현 캐릭터와 실제로도 굉장히 잘 맞는 것 같다. 해외에 잘 적응하는 스타일이고 대화도 서스름없이, 트렌디하게 나누더라. 낯선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웃음)"
-진아와 재현은 다시 만났을까. "음…. 내 생각에는 재현이 연락을 했을 것 같다.(웃음) 실제로 여행에서 알게 된 분들이 가끔 한국에 놀러오면 연락을 주신다. 만나면 여행에서 함께 경험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분이 이어진다. 진아와 재현이 어떻게 발전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연락은 하고 지낼 것 같다."
-여행에서 뜻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 적도 있나. "있다. 감사하게도 난 여행에 가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처음 파리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혼자 떠났던 것이라 갈 때는 좋았지만 겁이 나기도 하더라. 영어도 안 되는 나라고. 그래서 현지에 계신 분의 비상연락망을 들고 갔는데, 있는 동안 너무 잘해주셔서 고마웠고 좋은 인연이 됐다. 언니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의 기억도 아직 남아있다."
-번아웃을 겪은 적은. "번아웃까지는 아니었지만 비슷했던 것 같기는 하다. 20대 중반에 일을 열심히 하다 어느순간 쉼이 생기는 시간이 있었다. 하루는 잠이 안와 힘들어하며 밤을 새게 됐는데, 너무 답답하고 너무 나가고 싶더라. 근데 왠지 모르게 나가지도 못하겠는 마음이랄까. 편하게 돌아다니지 못할 것 같고, 왠지 알아볼 것 같고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만 있다보니 정말로 내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그때 좀 그런 감정이 심하게 왔다."
-어떻게 해소했나. "차를 끌고 올림픽공원 쪽으로 나갔다. 푸르른 것이 보고 싶었다. 자연을 보다 보니까 그제서야 마음이 풀리더라. 나에게도 그런 위기가 왔었던 것 같다. 무작정 캐리어를 끌고 여행을 간 적도 있는데, 어디든 가도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일본이었다.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사회생활이 조금 편해졌다고 했는데, 익숙함일까 나이가 주는 내공일까. "난 나이도 중요한 것 같다. 예전부터 '빨리 30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이드는 것을 기대했다. 20대 때는 '뭐가 이렇게 생각만해도 힘들지' 했던 것 같다. 20대 후반은 '내가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적성에 맞나' 고민을 제일 많이 했던 시기다. 근데 생각하고 고민하면 할 수록 '할 수 있는게 이거밖에 없구나' 싶더라. 나에게 주어진 탈렌트라는 것에 그때부터 진심으로 감사하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편하게 받아 들이게 됐다."
-결혼은 어떤가.
"20대를 지나 30대가 됐고, 말 그대로 결혼도 하게 됐다.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기준 중 하나가 됐지만 나에게는 분명 큰 변화이자 새로운 경험이 됐다. 결혼을 한 상황에서 맞게 된 새로운 환경들은 설레이기도 하고 생각의 변화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마음도 편해졌다. 확실히 안정감을 찾아가는 것 같다."
-남편에 대해서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할 생각이 없나.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나는 공인으로서 오랫동안 생활했다. 가족들도 그렇고 공과 사는 구분지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친언니와 카페에 가더라도 나를 알아보는 것 때문에 친언니가 불편할 때가 많았다. 그런 가족들을 생각해 보니 남편 공개는 더 조심스럽다."
-배우 활동은 적극 지지해주나. "(남편이) 서포트를 많이 해준다.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사회 전반적인 내용을 잘 이해하시는 분이라서 그런 점도 나에게는 도움이 많이 된다.(웃음)"
-오래 몸 담았던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소속사도 이적했다. 대외적으로 큰 변화들이 있었는데. "맞다. 내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여러 변화를 겪었다. 소속사 이적은 고민이 많았다. 어릴 적 캐스팅 돼 같이 걸어 온 동료들과 함께 도와주신 너무 고마운 분들과 헤어진다는 것에 아쉬움이 컸다. 그렇지만 그 분들 또한 내 의사 표현에 있어서 존중을 해주셨던 것 같다. 그것에도 너무 감사했다. 새로운 변화를 해보고 싶었고, 새로운 도전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새해 새로운 출발인데 기분좋은 설레임이 크다."
-요즘 관심있는 것이 있다면. "요리? 음식?(웃음) 한식은 잘하는 편이다. 직접 하는 것도 그렇지만 워낙 맛있는 곳을 잘 찾으러 다니는 편이라 맛있는 것이라면 다 좋아한다. 그렇다고 줄서서 기다리는 정도는 아닌데 먹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
-이번 영화에서 직접 노래도 불렀는데, 음악 작업에 대한 관심은 없나. "음악은 너무 어렵다. 너~무 어렵다.(웃음) 좋은 기회들로 OST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딱 그 정도가 할 수 있는 역량 아닐까 싶다."
-첫사랑 이미지가 여전하다. "20대 대표 이미지라고 해야 할까? 그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았고 당연히 감사하다. 나 역시 배우로서 어떤 이미지에 대한 고민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너무 화려하거나 일부러 택한 새로운 모습 보다는 내가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는 것들을 크게 장점화 시켜서 보여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하루 빨리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다."
-빠른 시일 내 배우 이연희의 새로운 모습도 만나게 될까. "많은 분들이 새 환경에서 어떤 첫 작품을 하게 될지 기대를 많이 해 주신다. 그래서 더 고민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작품에 있어 공감이 되고, 좋아하는 작품이라면 어떻게든 하지 않을까. 아직까지는 나를 끌어 당기는 작품이 딱히 없다. 계속 보고는 있기는 한데 조금만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다. 새로운 곳에서 좋은 모습 많이 많이 보여 드리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