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마무리 투수 조상우(27)가 지난 10일 훈련 중 쓰러졌다. 그는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투수조 PFP(Pitchers Fielding Practice) 훈련 중 1루 커버를 들어가다 왼발목을 접질려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곧바로 스태프의 부축을 받고 경기장을 빠져나간 뒤 인근 구단 지정 병원으로 이동해 1차 검진을 받았다.
하지만 부기가 심하고 상태가 좋지 않아 16일 다른 병원에서 2차 검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구단 관계자는 "부기가 빠지지 않고 설 연휴까지 겹쳐 16일 재검진이 잡혔다"고 말했다.
A 구단 수석 트레이너는 "(조상우 사례처럼) 발목이 안쪽으로 접힌 거라면 외측 인대 손상을 의심할 수 있다. 인대는 손상 정도에서 따라 1~3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1단계라면 일주일 정도 휴식을 취한 뒤 컴백할 수 있다. 그러나 2단계부터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병원을 크로스 체크할 정도이고, 부기가 심하다면 인대 손상 2~3단계를 의심할 수 있다. 2단계는 인대 파열 정도에 따라 나뉘는데 3단계는 완전 파열을 의미한다. 2단계 부분 파열이면 짧게는 4주, 길게는 8주 정도 재활 치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인대 부분 파열이 발견된다면 스프링캠프를 원활하게 소화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정규시즌 개막전(4월 3일 고척 삼성전)에 맞춰 몸을 정상적으로 만들기 어렵다. 시즌 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조상우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의 파이어볼러.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2020시즌 조상우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4㎞까지 찍혔다. 평균 구속이 149㎞/h로 웬만한 투수들의 최고 구속보다 더 빠르다. 패스트볼 하나만으로도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를 갖췄다.
그는 지난해 53경기에 등판해 5승 3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했다. 원종현(NC·30세이브), 김원중(롯데·25세이브)을 제치고 개인 첫 세이브 1위를 차지했다. '포스트 오승환'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키움에서의 입지도 탄탄하다. 뒷문을 탄탄하게 지키니 앞서 등판하는 불펜 투수들이 느끼는 편안함도 상상 이상이었다.
오프시즌 키움의 베테랑 불펜 김상수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SK로 이적했다. 홍원기 신임 감독은 조상우를 축으로 안우진·양현·김태훈을 투입해 필승조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조상우의 발목 부상으로 시즌 계획을 다시 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부상 정도가 심각하다면 필승조 구성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단 구단은 16일 검진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스프링캠프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작지 않은 변수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