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토일극 '결혼작사 이혼작곡'이 매회 좋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지만 막 나가는 내용만큼 연출에 있어서도 무성의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 절정은 지난 7회였다. 아빠인 전노민(박해륜)이 다른 여자와 마트서 장을 보고 온 것을 알게 된 딸 전혜원(박향기)이 엄마 전수경(이시은)과 동생인 임한빈(박우람)에게 얘기를 한 뒤 전노민을 기다리는 장면. 온 가족이 집에 모였고 부모의 이혼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전노민은 순순히 불륜을 인정, 몸만 떠나겠다며 이혼 의지를 다시 피력했다.
전혜원은 평소 존경하고 사랑하던 아빠에 대한 배신감으로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 여자는 길이라고 생각되세요" 등 전수경을 대신해 속시원한 발언을 쏟아냈다. 전노민은 이런 딸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홉 잘하다가 하나 잘못 했다고 세 사람이 날 공격한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도 석가모니 부처님도 아니고"라며 눈물까지 흘린다.
해당 장면은 불륜을 정당화하는 가장과 더이상 할 말이 없는 아내, 아버지의 배신으로 침묵하는 엄마를 대신해 쏘아붙이는 딸까지 우리 옆집에서 일어나는 흔한 가정을 그렸다. 그러나 그 흥미로운 과정을 그리기에 너무 지루했다. 27분이 넘게 한 장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8회 초반까지 이어져 40분여를 한 장면으로 채운 셈이다.
전노민이 더 뻔뻔하고 당당해 시청자들이 분노하게 만들거나 전수경이 너무 딱해 눈물흘리며 공감하는 감정선이 없었기에 더욱 늘어질 수 밖에 없었다. 전혜원의 연기력 하나가 그나마 살린 장면이다. 옛 방식의 카메라 워킹과 대본에 쓰여진 대사까지 어느 것하나 공들인 티가 나지 않았다. 요즘은 장면마다 대사마다 반응이 오기 마련인데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안 좋은 뜻으로 반응이 있다.
화면 전환이 빠른 요즘 드라마와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비교할 순 없다. 임성한 작가도 본인이 쌓아온 필모그라피가 있기 때문. 그러나 시대 흐름에 뒤쳐져도 너무 뒤쳐진다. 70분 남짓 한 회에 40% 가까이를 한 장면으로 채운다. 제작진은 자신감으로 여길 수 있지만 받아들이는 시청자는 게으르고 무모하게 느낀다.
앞선 2회에서도 박주미(사피영)와 이효춘(모서향)의 의미없는 대화가 10분 이상 계속되는 것으로 오프닝을 열었다. 당시에도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