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계의 학교 폭력(학폭)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와 OK 저축은행 송명근·심명섭 선수가 학폭을 시인해 중징계를 받은 가운데 이번에는 신인 여자선수의 학폭 의혹이 제기됐다.
1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입 프로여자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초등학교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는데 주요 가해자 중 한 명이 최근 A배구단에 입단했다"며 "2월8일 구단에 연락했으나 2~3일 뒤 연락을 주겠다고 한 뒤 일주일간 연락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해자로 지목한 선수에 대해 "‘거지 같다’ ‘더럽다’ ‘죽어라’ ‘XX년’ ‘X신’ 등 언어폭력을 지속적으로 했고 제 유학 소식을 듣고도 ‘유학 가도 네 인생은 망했다’고 욕을 했다”며 “‘너가 죽으면 장례식장에서 써니 춤을 춰주겠다’ 등의 말을 했다. 이유를 물어봐도 ‘싫다’는 말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2월 10일 가해자 부모가 연락와 대충 얼버무려 사과하더니 '내 딸이 배구를 그만두면 마음이 편하겠니''너의 공황장애가 사라지겠니' 등의 말을 덧붙이며 죄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며 "가해자와 그 부모는 단순한 다툼이었다고 구단에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단 측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사자대면을 통해 합의를 보라고 하더라. 이 태도에 실망해 배구협회에 민원을 올리니 구단은 만남을 요청하며 증거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증거는 가해자들이 전부 찢어 놨다"며 "지금은 교과서에 적힌 나의 심정과 몇 년간의 심리치료(기록)를 받은 것만 남아있다. 나는 어떠한 합의금도 원하지 않고 (해당선수의) 자진사퇴만 원했지만 죄를 부정하는 태도에 실망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A구단 관계자는 "8일 구단에 연락이 왔다. 학교 폭력 사실을 알리고 선수를 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파악을 위해 선수와 이야기를 했는데 피해자의 주장과는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적인 사실 파악을 한 뒤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당 선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고, 지난해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프로배구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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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학폭 의혹…해외에서도 관심
학폭 의혹으로 배구계는 원치않는 유명세를 톡톡이 치르고 있다. 세계 배구 뉴스의 헤드라인이 한국 학폭 의혹으로 다뤄지고 있다. 세계 배구 소식을 전하는 '월드오브발리'는 15일(현지시간) "이재영·다영 자매가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국가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쫓겨났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도 "쌍둥이 배구 스타가 학교 폭력 과거가 알려지면서 국가대표팀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하계·동계 올림픽 10위 안에 드는 스포츠 강국이지만, 신체·언어적 폭력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AFP통신 등도 쌍둥이 배구 스타의 몰락 소식을 앞다퉈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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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고있는 구단들, 우리팀 선수도 혹시?
잇달아 학폭 의혹이 나오면서 구단들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학폭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징계를 받은 쌍둥이 자매와 OK저축은행 두 선수 외에 추가로 의혹이 제기된 선수는 A구단 선수와 또 다른 B구단 선수 등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구단에서는 자체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 배구계 인사는 "구단들이 의혹이 제기된 선수뿐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학창시절을 묻고 있기는 하다"면서도 "일차적으로 선수들의 이야기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추가로 학폭 의혹이 터져나올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